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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장 대신 쓰레기장으로

정안진·김재욱기자
등록일 2018-07-03 20:55 게재일 2018-07-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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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기초단체장 첫 행보<br />민생현장부터 찾아 ‘신선’<br />축하행사는 취소·간소화<br />칠곡 백선기·예천 김학동<br />폐기물 수거하고 거리청소<br />포항 이강덕·영덕 이희진<br />태풍 대비 준비 상황

민선7기 기초단체장들의 취임 첫 행보가 달라진 모습이다.

제7호 태풍 쁘라삐룬 북상 탓에 경북도내 23개 시·군 단체장들의 대다수가 공식적인 취임식을 취소하거나 규모를 대폭 줄였고 일부 단체장들은 현장 체험이나 봉사, 민생소통 행보로 첫 업무를 시작해 신선감을 주고 있다.

그동안 일선 기초단체장의 취임식은 지역 유지들을 모아놓고 4년간의 시정 목표를 설명하고 축하공연을 여는 등 축제의 장으로 꾸미던 종전의 취임식 관행에서 탈피한 새로운 방식의 소통 행정으로 변하고 있다.

칠곡군 사상 최초로 3선 군수에 당선된 백선기 칠곡군수는 태풍 ‘쁘라삐룬’에 따른 호우주의보 소식을 듣자마자 취임식을 취소했고, 2일 새벽 민생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민선7기 첫걸음을 내디뎠다.

백 군수는 이날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해도 뜨기 전인 새벽 어둠이 걷힐 즈음 칠곡 왜관읍 금산리 환경종합센터 음식물 처리장을 찾았다. 그는 장대비를 맞으며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묵묵히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을 비우고 거리 청소를 했다.

환경미화원 A씨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궂은 작업 현장에 군수님이 새벽에 직접 나오셔서 조금 놀라기도 했지만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힘이 난다” 며 “군수님이 저렇게 신경쓰는 만큼 더 깨끗하고 청결한 동네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백 군수는 “무엇보다 힘든 선거를 치르면서 민생현장의 목소리를 잘 받들어야겠다는 확고한 교훈을 얻었다”면서 “군민들의 지지에 보답하는 길은 열심히 민생을 챙기는 것 외에 무엇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또 그는 “따뜻한 커피까지 내놓으시면서 격려해주시는 주민분들께 감사드린다. 꿈은 크게 가지되 몸을 낮추어 항상 낮은 곳을 바라보겠다” 며 “현장중심의 찾아가는 소통행정, 투명하고 신뢰받는 열린행정, 군민의 마음을 보듬는 공감행정으로 위대한 칠곡을 이룩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학동 예천군수 역시 이날 새벽 환경미화원들과 생활폐기물 수거체험을 하며 첫 업무를 시작했다. 김 군수는 예천읍 유경펠리스에서 경북의원을 거쳐 새마을금고 구간까지 쓰레기 수거 업무를 직접했다. 군청의 간부공무원이나 직원들과 동행하지 않고 오로지 군수 혼자 모든 일을 했다. 김 군수는 민선 7기 군정업무 시작을 지역 대청소로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군수는 환경미화원들에게 “평소 궂은 일을 마다 않고 묵묵히 근무해준 여러분들이 신 도청시대 클린예천 건설의 주인공”이라고 격려했다.

연임에 성공한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역경기 및 사회분위기를 감안해 별도의 취임식 등 공식 행사를 취소하고 시민 소통행보로 민선7기를 출발했다.

이 시장은 이날 오전 8시 충혼탑을 참배한 뒤 곧바로 포항시청 재난상황실에서 제7호 태풍 쁘라삐룬 북상에 대비한 태풍 대책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이어 시청 대회의실에서 지역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민선 7기 제8대 시상 취임 선서를 하며 청렴한 시정, 행복한 포항을 만들 것을 다짐했다.

이 시장은 또 환경미화원과 주차관리원, 구내식당 영양사 등 분야별 대표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진 뒤 포항시 용흥동 대한적십자사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를 찾아 어르신과 저소득층을 상대로 점심배식 봉사를 했다.

이강덕 시장은 “태풍에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사정을 감안해 호사스런 취임식으로 시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며 “시민의 애로사항과 건의사항 등 현장의 목소리를 결코 가볍게 듣지 않고, 시민들이 믿음으로 허락한 앞으로의 4년을 온전히 포항과 시민들을 위해 매진하겠다”고 취임 인사를 대신했다.

이희진 영덕군수는 태풍대비 긴급대책회의로 민선7기 영덕군정의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이 군수는 당초 예정됐던 제50대 영덕군수 취임식을 전격 취소하고 최우선으로 군민의 안전을 챙겼다. 이 군수는 재난상황실에서 긴급대책회의 열어 재해 취약지역과 인명피해 우려지역을 집중 관리해 태풍 피해를 최소화할 것을 관계 공무원들에게 지시한 뒤 직접 재해위험지역을 돌며 군민 안전을 점검했다.

이 군수는 “관례적으로 해오던 의전행사보다 군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 더 막중하다. 이번 태풍으로 영덕군에 집중호우와 강한 바람이 예상된다. 재해취약지역을 철저히 점검하고 대비책을 세워 군민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정안진·김재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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