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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재편, 살아남기 위한 꼼수로는 성공 못해

등록일 2018-06-18 20:54 게재일 2018-06-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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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에서 무참히 패배를 당한 야당들이 좀처럼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와중에 ‘야권 발 정계개편’이야기가 퍼지는 중이다. 그 동안 대개의 ‘정계 개편’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었다. 반성한다는 말 한 마디 던져놓고 뒤로는 권력을 유지하는데 어떤 게 유리한지 부지런히 계산기를 두드리는 수준이었다. 야권 재편 국면에서 기성 정치인들이 살아남기 위한 꼼수부터 앞세운다면 결코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야권의 지방선거 참패 후폭풍이 예사롭지 않다. 홍준표 전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총사퇴를 했고, 바른미래당 지도부도 모두 물러났다.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정당해체나 정계개편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김성태 원내대표는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해 “이번 선거는 국민이 자유한국당을 탄핵한 선거”라며 “자유한국당 해체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전 상임선대위원장은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바른미래당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통합으로 새로운 정치를 추구하는 중도개혁정당으로서 앞으로 전개될 정치개혁 중심으로 힘차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제부터인가 정당이 선거에서 지면 국민 앞에 무릎 꿇는 참회쇼 한번 한 다음 비상대책위원회 꾸리고 당권 경쟁하고, 쇄신하는 척하다가 그래도 지지 민심이 살아나지 않으면 ‘정계개편’이라는 이름으로 위기탈출을 위한 술수를 모색해왔다. 지나고 보면 개혁으로 둘둘 포장하여 한낱 살아남기 변신술로 민심을 호도하는 게 고작이었다. 문제는 이제 우리 국민들이 그런 꼼수를 훤히 다 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과거 여러 차례 목도했던 것처럼 권력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고 당권을 누가 잡을 것이냐에 대한 온갖 변수들을 주무르며 명분을 밀거래하는 구태의연한 행태로는 이제 그 어떤 미래도 보장받지 못한다. 한 줌도 안 되도록 줄어든 알량한 야당 권력을 차지하겠다고 서로를 향해 궤변 폭탄이나 던져대고, 음지에서 사이비 가설이나 만들어 흩뿌리는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다.

보수야당 지도부가 모두 물러난 지금이, 당권 욕심을 버리고 오직 국민들만 생각하여 견제와 균형이 살아있는 민주주의만을 꿈꾸는 요인(要人)들이 뭉쳐 새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사심이라는 불순물이 제거된 미래 설계도에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이념과 목표를 명확히 담은 다음 ‘헤쳐모여’ 방식의 정계재편을 시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단지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 아니라, 정말 나라를 위해 영육을 기꺼이 바치려는 진정성이 가득한 참다운 우국지사들의 백의종군(白衣從軍)의 감동이 절박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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