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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를 어찌할꼬

등록일 2017-08-01 21:17 게재일 2017-08-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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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지난주 필자는 대학 동창의 생일 축하를 위해서 서울에 갔다. 목동에서 친구들과 만나 함께 삼계탕을 먹고, 카페에 가서 커피와 후식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아이들 교육 문제로 흘러갔다.

한 친구의 아들은 작년에 고3이었고 대학입시에 성공해 무사히 대학에 들어갔다. 다른 친구는 딸이 올해 고3이다. 딸이 고3인 친구는 아이의 입시 문제 때문에 많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아이가 무용으로 대학에 가려고 하는데, 친구는 그 뒷바라지에 많이 지친 듯이 보였다.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그래도 너의 딸은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하니까 좋지 않아? 요새는 자기가 뭘하고 싶은지 모르는 애들도 많은데….`라고 말하니까, 친구가 자기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입시 준비가 힘들어서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그러면서 재수를 하면 무용이 아닌 일반 전공으로 가야하는 상황이라고 걱정한다.

이 친구는 목동에 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인가 이사를 왔다. 그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친구는 아이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교육열이 높은 목동의 학교에서 아이들은 바닥권 성적을 갖게 됐다. 그래도 특별히 과외나 학원을 보내지도 않았고, 학습지도 하지 않았다.

친구가 말하길, 과외나 학원을 보내서 공부를 시켜도 너무 늦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목동의 사교육 수준은 상상 이상이어서,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 중학교 교육과정을,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 교육 과정을 학원에서 미리 다 배운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학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수학문제에 고등학교 문제가 나온다고 한다.

필자는 이런 이야기를 정말 처음 들었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그래서 `아니 중학교면 중학교 교육 과정에 나오는 걸 문제로 내야지 고등학교 문제를 내면 어떻게 해?`라고 말하자, 친구는 `중학교 문제를 내면 변별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여기에 덧붙여 `이게 다 특목고 입시 때문`이라고 말한다. 목동의 많은 엄마들이 자녀들을 외국어 고등학교(외고)와 같은 특목고에 보내는 것을 목표로 자녀에게 사교육을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는 외고와 같은 특수목적학교나 자율형 사립학교를 점차적으로 없애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이런 뉴스를 접했을 때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특목고나 자사고를 없애는 것이 한국 사회에 더 보탬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려고 한다.

초등학교 아니 그 이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이나 선수학습 그리고 교육과정을 무시하고 치러지는 시험 등이 모두 특목고 입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특목고 졸업자가 소위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기에 자녀를 보내고 싶어 하는 부모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올해 6월 30일 종로학원 하늘교육에 따르면 특목고 및 영재학교 졸업자의 입학률이 SKY 대학이 가장 높다고 하며, 셋 중에서 서울대가 가장 높은데, 총 입학자의 26.7%가 특목고 출신 입학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중학교 수학 기말시험에서 고등학교 문제를 풀던 이 특목고 출신 학생들의 실력이 일반고 학생들보다 더 뛰어나냐는 것이다. 얼마 전 뉴스에 따르면 작년 입학생의 74.4%가 특목고 출신인 KAIST 학생들의 경우 1, 2학년에는 특목고 학생의 수학성적이 높지만 3학년에 올라가면서는 일반고 학생의 성적이 더 높았다고 한다.

이런 것을 보면 특목고나 영재학교가 진짜 인재와 영재를 키우는 학교인지 의문이 든다. 더구나 대학 입시 수단으로 전락하여 이 목적을 위해서 정상적인 교육 과정마저 왜곡하고 있다면 이것은 없어지는 편이 사회 전체에 더 이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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