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대남비방용 `우리민족끼리 TV`가 공개한 영상에 나타난 인물은 현재 평안남도 안주에 살고 있는 전혜성이다. `반공화국 모략 선전에 이용되었던 전혜성이 밝히는 진실`이란 영상에서 전혜성은 “2014년 1월 탈북했고 지난 6월에 돌아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임지현`이라는 이름의 가명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임지현은 TV조선의 북한 관련 프로그램 `모란봉 클럽`에 여러 차례 출연했다. 또 올해 초에는 같은 방송국의 `남남북녀`에도 출연해 탤런트 김진과 가상부부 역할을 해 탈북 방송인 중에도 비교적 인지도가 높았다. 그런 그녀가 북한 매체에 등장해 “(한국에 가면) 잘 먹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고 상상했다. 하지만 실제 한국 생활은 술집을 비롯해 여러 곳을 떠돌았지만 육체적·정신적 고통만 있었다”고 비방하고 나선 것이다.
임지현 재입북의 진실을 놓고 언론매체들이 취재경쟁을 벌이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평소 그녀를 알고 지내던 사람들은 대개 `강제납치`를 의심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입주해 살던 고시원 방에서 사진까지 수거해가지고 나간 점이나, 사귀다가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나는 북한으로 간다`는 카톡 메시지를 보낸 사실 등 다른 정황들이 나타나면서 `위장탈북 남파공작원설`까지 나돈다. 임지현의 재입북 사태는 정부당국의 탈북민 실태에 대한 일제점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통일부는 탈북한 뒤 재입북해 북한 매체에 등장한 사례를 25건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입북이 자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는 아직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매체에 등장하지 않은 재입북 케이스까지 고려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경찰은 거주가 불분명한 탈북자 900명에 대해 현황 파악에 착수했다.
극소수 입북자 때문에 일어나는 혼란으로 벌써부터 탈북자들이 북한의 납치위협과 남한사회의 질시(嫉視) 우려를 호소하고 있다. 탈북자들에 대한 당국의 정밀한 관찰관리는 필요하다. 그러나 직간접적으로 당하는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는 탈북민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살뜰하게 배려하는 치밀함을 놓지 말아야 한다. 그들 또한 엄연히 정부가 끝까지 보살펴야 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잠시도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