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사람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등록일 2017-07-05 02:01 게재일 2017-07-05 18면
스크랩버튼
▲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필자는 지난 주말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을 갔다 왔다. 3월 초에 비행기 표를 샀으니까 꽤 오래 전부터 계획된 여행이다. 5명이 함께 여행을 왔는데 필자 외에 2명은 직장인이라 휴가 신청도 하고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계획을 세웠다. 간만의 휴식에 다들 너무 좋아한다. 제주도에 왔다는 사실만으로 너무 좋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예정대로 모두 오긴 했지만, 위기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동생 중 한 명이 여행 오는 것을 포기하려고 했다. 동생에게 직장동료가 연구프로젝트 계획서를 다 써놓고 가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생은 여행을 포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다른 동생이 리조트에서도 연구 계획서를 쓸 수 있으니까 일단 제주도는 가자고 설득해서 동생은 우리와 함께 제주도에 왔다. 동생은 출발하는 날 아침에도 연구소로 출근해야만 했는데, 이날은 출근하지 않는 날이다. 분명 우리의 여행은 토, 일, 월요일이고 월요일은 휴가를 받았다. 주말은 출근하지 않는 날인데, 왜 동생은 3개월 전부터 계획한 가족 여행을 포기하려고 한 것인지? 그리고 직장 동료는 어떻게 그렇게 당당하게 연구계획서를 써놓고 가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최근 언론에서는 퇴근 후나 주말에는 SNS로 직장 동료에게 업무 지시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것은 업무를 휴식 시간에도 강요하고, 별도의 수당을 주지 않으면서 타인의 노동을 강요하는 행동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생의 경우를 봐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는 여전히 시간 외 업무를 무상으로 강요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2015년 기준 취업자 1인당 연평균 2천113시간이라고 하며 이것은 OECD 평균 노동시간 1천766시간 보다 347시간 많은 것이다. 1일 법정 근로시간인 8시간으로 이를 나눠보면 한국인은 OECD 평균 노동시간보다 43일이나 더 많이 일한다.

이것은 멕시코에 이어서 두 번째라고 한다. 하지만 동생의 경우와 같이 한국인은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해서 일을 해도 초과 근로 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까지 생각하면 한국인은 2천113시간보다 더 많이 일을 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한국인의 노동생산성은 2015년 기준 OECD 평균의 68%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은 노동시간을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휴식 시간이 짧은 만큼 피로가 더 많이 축적된다. 피로가 축적되면 집중력이나 신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노동생산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국회에서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법안이 상정되어 있다. 여야는 올 3월부터 노동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고, 기본 40시간에 추가노동 12시간으로 하는 법안에 대해서 토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7월 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달 안으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사람은 일에서 보람이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일이 잘 되면 일하는 사람의 자존감이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일을 하면 사람은 불행하고 비참해진다. 필자만 해도 지난 몇 년 간 강의와 수업 준비 등으로 일주일에 3일 정도를 3~4시간만 자고 보낸 적이 있다. 늘 일에 치여 혼자 연구실에 있었다. 그 때 필자는 매일 신경질에 불평불만이 많았다.

필자는 빨리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를 기원한다. 한국의 취업자들이 좀 더 많은 휴식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필자의 경험 상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때는 놀 때이다. 행복하면 자존감도 높아지고 일에 대한 집중력도 높아진다. 그럼 일도 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노동시간이 줄면 다른 사람들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므로, 사회 전체로 보아 이익일 것임이 분명하다.

배개화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