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고려대학교에서 아시아학으로는 제일 큰 학술대회 중 하나인 `AAS IN ASIA`가 열렸다. 원래는 미국의 도시에서 해마다 1번씩 하는 것인데, 아시아학이니까 아시아의 도시에서도 열자고 해서, 작년에는 동경, 올해에는 서울에서 열렸다. 필자는 지난 25일 오후에 패널 중 한 사람으로 참석해서 발표를 하게 되었다.
이번 학회에 참석한 것은 물론 국제학술 대회에서 필자가 어떤 연구를 하는지 다른 학자들과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서이다. 필자와 함께 패널을 구성한 사람들은 중국, 일본, 대만, 홍콩 그리고 한국 이렇게 다섯 나라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모두 재작년에 필자가 미국에 연구년을 갔을 때 만났던 분들이다.
재작년에 1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교수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는 맛보지 못한 친밀한 인간관계를 만들었다. 그런 관계를 `친구`라고 한다면,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그런 탓인지 서로 헤어질 때 많이 서운했고, 그래서 송별 파티도 정말 여러 번 했었다. 하지만, 이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고 다들 바쁘기 때문에 이-메일도 서로 자주 주고 받지 못했다.
이런 우리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것은 이러한 국제학술대회이다. 외국에서 열리고 보통 2박 3일이나 3박 4일 정도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들을 이 기회에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학회가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에 주로 지하철로 이동하는 친구들을 가이드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뻤던 이틀이었다.
24일 저녁에는 필자가 연구년을 보냈던 하버드-엔칭 연구소의 리셉션이 있었다. 처음 필자는 이번 학술대회 발표자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자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이번 모임은 공식적인 연구소의 `동문모임`(alumni meeting)이었다. 서울에서 열린 것이라 주로 한국사람들이 많았지만, 국제학술 대회에 참석한 다른 나라 사람들도 꽤 많이 왔다. 덕분에 귀국한 뒤로는 서로 바빠서 만난 기화가 없었던 한국 교수들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리셉션에서 하버드-엔칭 연구소의 스텝들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스텝 중 우리들과 친하게 지냈던 한 여자 스텝은 필자에게 언제 또 보스턴을 방문할 지 물어본다. 그 말에 필자를 다시 만나고 싶었던 정이 느껴져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래서 곧 방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 이야기를 같이 발표한 친구들에게 하니까, 오는 2019년 AAS의 국제학술대회가 보스턴에서 열리니까, 곧 만날 수 있다고 한 친구가 대답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모두 그 때 다시 패널로 참석하기로 약속했다.
어느 정도 성인이 되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친해지기 매우 어렵다. 리셉션 장 같은 데서 만나서 말을 걸고 싶어도 직접 말을 건네기가 어렵다. 누군가 소개가 있어야 대화가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한 번 만들어진 관계들은 소중히 여겨야 하고 잘 관리해야 한다. 외교도 이런 것이 아닐까?
언론에서 가끔 `휴민트`(휴먼네트워크, 결국은 인간관계라는 말이다)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이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버드-엔칭 연구소가 AAS의 국제학술대회를 따라다니면서 동문모임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사람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것, 이것이 국제 관계든 인간관계든 가장 중요한 일이다. 또한 이런 관계를 이미 갖고 있는 사람도 외교 자산으로 소중히 여기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