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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파업·태업` 악습, 안 고치나 못 고치나

등록일 2017-06-21 02:01 게재일 2017-06-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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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멈춰 서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이 당분간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에 불참키로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 강행의 후폭풍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참고용`이라고 망발하는 청와대의 태도에 여야 정치인 모두 뿔이 잔뜩 났다. 그래도 걸핏하면 `파업·태업`을 일삼는 국회의 악습은 지겹다. 국회의 주인은 국민이다. 대체 국민이 뭘 잘못했다고 법안 생산라인을 멈춰 세울 것인가.

19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는 연기됐다. 또 이날 예정된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실시 계획서는 의결되지 못했다. 이날 오전 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일제히 의원총회를 열고 `보이콧`을 결정했다. 바른정당은 이날 국토위의 상임위 일정을 거부했다.

우리 국회의 `비생산성`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대 국회에서 각 상임위원회별 법안심사위원회는 충격적이게도 1년에 평균 10.4일밖에 안 된다. 불과 하루 몇 시간 동안 무려 19건의 법안심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졸속입법으로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던 이른바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도 의원들의 심사는 단 두 번에 그쳤다. 이러니 국회의원들의 이미지는 영원히 `놀고먹는 고관대작`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부의된 법안들을 입법관료들이 1차 검토하는 우리와 달리 독일과 프랑스 등은 상임위 의원들이 법안들을 직접 꼼꼼하게 검토한다. 독일은 경우에 따라 4독회와 5독회까지 이어가면서 의견을 교환한다. 프랑스 의회 역시 본회의든 상임위원회든 발언을 포함한 모든 진행을 의원들이 직접 수행한다. 한 수 아래의 정치문화 수준이라고 치부되는 타이완의 의회 입법원의 입법과정도 우리의 경우보다 훨씬 성실하게 수행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는 균형과 견제라는 3권 분립을 통해 주권재민의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입법 거수기`로 간주됐던 `제왕적 대통령` 시대를 청산하라는 것이 `촛불시위`로 드러난 지엄한 민의다. 정국운영에 무한책임이 부여된 정부여당이 집권한지 며칠 되지도 않은 날에 국회를 자극해 운영을 중단시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렇다해도 국회가 건듯하면 의사일정을 거부하는 고질병은 이제 정말 지겨운 폐습이다. 불비(不備)한 법 때문에 울고 있는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를 이렇게 덜컹거리게 해서는 안 된다. 상임위를 상시로 가동해 밤잠을 설쳐가며 입법 생산성을 높여도 시원찮을 판이다. 빌미를 주는 정부여당도, `보이콧`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야당도 모두 각성해야 한다. 국민들의 눈물값으로 이득을 탐하는 정치가 무슨 소용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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