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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차난

등록일 2017-06-13 02:01 게재일 2017-06-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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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필자는 작년 말에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였다. 요즘 신축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대세이다. 그런데 필자의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을 1층으로 만들어서 세대 당 주차 대수가 1.18대이다. 요새는 2대 이상의 차를 굴리는 세대가 많기 때문에, 처음 분양할 때부터 입주예정자들은 주차문제로 걱정이 많았다. 아니다 다를까, 몇 달 전부터 온라인에 있는 입주민 커뮤니티가 매일 주차 문제로 시끄럽다. 커뮤니티의 여러 논란들을 보면서 한국사회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입주민 커뮤니티에서 불법 주차로 지적당하는 차량들을 보면 외제 차량이 많다. 아우디, 벤츠, BMW 등이 주로 게시판에 올라온다. 오늘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에는 아우디 차량이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출입구 바로 앞에 주차되어 있었다. 이 차는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차와 정면충돌하기 좋은 위치에 놓여있었다. 이밖에도 차주가 차를 2개의 주차 칸에 걸쳐서 놓은 경우도 많고, 장애인 주차 칸에 주차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주차하는 이유를 필자는 선배교수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한 번은 그가 제자와 점심을 먹으러 주차장으로 나오니, 제자가 `마이바흐`라는 차를 2개의 주차 칸에 걸쳐서 주차해놓았다고 한다. 제자는 식당에 가서도 자기는 벌금을 물더라도 장애인 칸에 주차를 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고 한다. 바이마흐 주인이 그러는 이유는 다른 차들이 자기 차를 긁게 해서 괜히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비싼 내 차를 보호하기 위해서 서로가 약속한 규칙을 어겨도 된다는 이런 생각은 정말 무섭다. 소위 갑질이라는 것도 물질적인 능력 등을 토대로 모두 자기를 높게 생각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나는 타인보다 높은 사람이니까 뭐든 해도 괜찮고, 그깟 규칙이나 예의 따위 어겨서 문제가 되면 돈으로 벌충하면 된다는 생각에 이들은 태연하게 불법을 행하는 것이다.

우리 아파트의 주차난은 더 근본적인 문제를 환기시킨다. 입주민 커뮤니티에 사고를 유발하는 곳에 주차한 아우디를 성토하는 글에는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려 있었다.`애초에 주차공간이 많았다면 이런 불법 주차를 하지 않았겠죠.` 그렇다! 애초에 건축비가 좀 더 들더라도 현실을 반영해서 주차장을 2층으로 건축했다면 이런 주차대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분양회사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 주차대란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주차장을 지하1층으로 지었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다른 신축아파트에는 없는 지상주차장까지 조그마하게 만들어놓다.

우리 아파트의 주차난을 보면서 “아담이 죄를 짓는 세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담이 죄를 짓게 하는 세상이 있다”는 그레마스의 말이 생각났다. 주차난의 원인은 주차난을 예상하면서도 건축비를 절약하기 위해서 세대 당 1대 정도만 주차 가능하게 주차장을 건축한 것이다. 아파트가 건설 중일 때부터 입주민들은 주차대란을 예상하고 있었고, 그래서 여러 가지 방안들을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논의하곤 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타인을 배려하겠지만, 아우디 소유자처럼 자신이 너무 소중해서 불편함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은 불법주차를 하는 것이다.

우리 아파트의 주차난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와 그 해결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가장 최선책은 사회적 비용이 들더라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원천봉쇄 하는 것이다. 그 다음 차선책은 문제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빨리 찾고 서로에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규칙을 어겼을 때는 누구든 예외 없이 적절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아파트의 주차난을 보면, 불법을 유발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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