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있었던 일이다. 제19대 대통령 선거 다음날, 필자의 학생 두 명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이후라서 그런지 대화가 자연스럽게 대통령 선거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필자는 20대의 정치적 선택과 미래의 한국 정치 지형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누구에게 투표했는지에 대해서 필자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한 학생이 자기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말한다. 그러자 다른 학생은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 투표를 했다고 말한다. 두 후보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4위와 5위를 한 후보이다. 필자는 20대면 문재인이나 안철수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이런 대답이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필자가 학생들의 고향에 대해 궁금해하자, 둘 다 진주가 고향이라고 대답한다. 진주는 소위 PK지역으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텃밭인 곳이다. 제18대 대통령 선거 때에는 65%의 유권자가 박근혜 전대통령을 지지했고, 이번 선거에서도 39%의 유권자가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를 지지했다. 두 학생은 고등학교 때까지 이 지역에서 살았고, 이번 대통령 선거도 고향에 가서 하고 왔다고 했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한 학생이 자신이 왜 심상정 후보에게 투표했는지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설명한다. 그는 후보들의 공약집을 다 꼼꼼히 읽어보았는데, 심상정 후보가 가장 현실적인 복지 정책을 제시하고 있어 지지하였다고 말한다. 다들 엇비슷한 복지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심 후보만이 그것을 실제로 실현할 예산을 제시하였다고 학생은 말했다.
우리의 밥상머리 대화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20대의 투표 결과를 반영하고 있다. 5월 9일 저녁 8시 선거종료 직후 발표된 `지상파 3사 공동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19세를 포함한 20대의 47.6%만이 문재인 후보(민주당)를 지지했다. 20대는 문재인 후보 다음으로 안철수 후보(국민의 당), 유승민 후보(바른정당), 심상정 후보(정의당)에게 10%대의 지지율을 보였으며, 홍준표 후보만을 8.4%로 지지하였다. 이런 결과는 지금의 20대가 소위 온건한 보수나 선명한 진보에 더 마음이 끌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언론이나 정치비평가들은 30, 40대가 문재인 대통령을 가장 많이 지지하였고, 이 지지자들은 모두 과거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이런 추론을 지금 20대의 투표 결과에도 적용해보면, 이들은 앞으로의 선거에서 중도보수나 선명한 진보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의 여론조사도 이런 추세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19대 대통령선거 직후인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천5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이 44.7%의 지지를 받았고, 자유한국당은 13%, 정의당이 9.6%의 지지를 받았다.
정의당의 부상은 한국의 정치가 이번 대통령 선거를 분수령으로 해서 좀 더 왼쪽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경향은 어린 세대의 성장과 함께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칠지 그리고 국민들의 기대에 어떻게 부응할지에 따라서 현재의 경향은 점점 가속화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은 한국의 정치가 과거처럼 `색깔론`이나 `북풍` 등에 의해서 왜곡되지 않고, 사법정의나 노동문제 그리고 복지문제에서 좀 더 변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나타난 20대의 선택은 미래의 유권자들이 이런 변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정치 세력에게 지지를 보낼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