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연간 35조6천억원이 넘는 전체 공약 재원의 절반이 넘는 18조7천억원을 복지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복지 분야에 넣지 않는 4조2천억원의 공공일자리와 5조6천억원이 들어가는 교육비 지원도 사실상 복지 공약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경우도 공약(153개) 이행에 소요되는 연간 40조9천억원 중 복지 성격의 예산을 모두 포함하면 21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된다.
문제는 대선후보들이 5년간 200조원 가까운 나랏돈 추가 지출을 약속하면서도 증세를 비롯한 재원 마련 대책은 뚜렷하게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재원조달 방안으로 내놓은 대책은 `탈루 세금 과세 강화`, `공평 과세 구현` 등 슬로건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문 후보는 `지출 절감`, `여유 재원 활용` 등으로 재원의 절반 이상을 대겠다고 밝혔고, 안 후보 역시 `비과세·감면 정비`, `재정 개혁` 등으로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박근혜 정부의 사례에서 절약이나 감면정비 등으로는 연간 수십조원의 추가 지출을 뒷받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후보들이 하나같이 `증세` 부분은 언급 자체를 삼가고 있는 것은 더 중대한 문제다. `선심`은 마음대로 쓰고 나중에는 유야무야하거나 나라 빚으로 때울 심산으로 보인다. `증세 없는 복지` 논란으로 또다시 나라가 시끄러워질 공산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국가채무가 지난해보다 45조원(7.1%) 늘어난 682조7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적자성 채무는 올해 400조원에 근접, 6년간 무려 92.1%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돼 끔찍하다. 대선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터트리는 무차별 복지공약 폭탄 세례야말로 시급히 청산해야 할 적폐다. 공짜심리를 노리는 이 같은 행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재원조달 계획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는 `복지확대`로 나라곳간을 피폐하게 만드는 일은 죄악시돼야 한다. 지금 당장 편하게 살자고 후손들의 재산을 강탈하는 중대범죄라는 신랄한 비판도 있다. 감당해야 할 국민부담을 공약에서 감추는 것은 실현가능성을 낮추고, 증세를 위한 사회적 합의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심각한 하자다. 유권자들이 정밀하게 살펴보고 가볍게 현혹되지 않는 자세를 지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