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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집내기` 일변도 대선후보 토론회, 더는 안 된다

등록일 2017-04-25 02:01 게재일 2017-04-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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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밤 `사전 원고 없는 스탠딩 형식`으로 두 번째 치러진 대선후보 TV토론회는 또 다시 2시간 내내 상대방 `흠집내기` 일변도로 치러져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민들 앞에서 정책과 비전을 검증한다는 당초의 목적이 사라진 토론회는 TV토론 효용성에 근본적인 회의마저 들게 하는 전파낭비라는 비판마저 대두되고 있다. 남은 TV토론회는 형식과 내용에서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날 5개 주요정당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는 주제를 벗어나 후보 간 네거티브 난타전만 줄기차게 지속됐다.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의 정책토론이라고 보기에는 낯부끄럽기 짝이 없는 험구 쇼였다는 혹평마저 나온다. 심지어는 초등학교 학급토론도 이렇게 유치하게는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아냥까지 나돌 정도로 유권자들의 실망이 깊은 실정이다.

이날 토론회 주제는 외교안보와 정치개혁이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대학시절 `돼지흥분제 성추행` 가담 의혹을 놓고 사퇴 공방이 벌어졌다. 이어서 상대 후보를 겨냥한 `송민순 문건` 논란, 가족 불법채용 의혹, 말바꾸기 논란 등을 놓고 무한 입씨름이 계속됐다. 정책토론은 간 곳 없이 추궁당한 쪽은 말 돌리기로 피해 가거나 “당신은 문제 없나”라며 되받아치기 일쑤였다.

북핵·미사일 도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반도 주변 강국들의 기류가 예사롭지 않은 안보위기 상황임에도 후보들은 원칙적 언급 이외에 변별력을 드러내는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미국 전술핵을 한반도에 들여오고, 해병특전대를 창설하겠다”고 했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중국을 동원해 북한을 압박하되 트럼프 대통령과 이 문제에 대한 전략부터 세우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먼저 미국과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중국 정부를 적극 설득해 대북제재에 동참토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다자외교를 주도해 나가면서 북핵을 완전히 폐기하고 남북관계를 평화와 경제협력·공동번영 관계로 대전환할 복안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평화외교를 추진해 비핵화를 끌어내겠다”고 밝혔다.

대선까지 빠듯한 일정을 감안하면 남은 세 차례의 TV토론(중앙선관위 2회, 중앙일보·JTBC 1회)은 후보들의 능력을 유권자들이 측정해볼 귀한 기회다. TV토론이 더 이상 누가 험한 말을 잘하는지를 겨루는 `저질 말다툼 경연장`이 지속되지 않도록 개선돼야 할 것이다. “사퇴하라” “사과하라”는 고함만 잘 지르고, 동문서답에만 능한 대통령으로는 결코 이 나라의 미래를 밝힐 수 없다. 수준 낮은 대선후보 토론회, 더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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