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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빨리 떨어진다?

등록일 2017-04-25 02:01 게재일 2017-04-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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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얼마 전 수업을 하면서 필자는 상식이 항상 옳은 것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학생들에게 글의 내용을 읽고 분석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서, 필자는 천동설의 입장에서 지동설을 반박하는 글을 예시로 분석해보였다. 이 예문의 주장은 `만약 지구가 움직인다면 그것은 다른 물체보다 더 무겁기 때문에 빨리 낙하하여 우주 밖으로 날아가 버린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의 경험에 배치되므로 지구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천동설의 지지자는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더 빨리 낙하한다는 것을 근거로 해서 지구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였다. 만약 이 사람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았다면 감히 이런 식으로 논증하지 않았을 것이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하는 논문을 출판한 것은 1632년이고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증명하는 논문 `자연 철학의 수학적 원리`를 출판한 것은 1687년이었다. 뉴턴 이전 시기에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알지 못했으니 이런 주장도 할 수 있다.

또한 이 예문은 틀린 주장을 전제로 해서 지동설을 비판하였다. 여기서 틀린 전제는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빨리 낙하한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이것을 주장한 이래로 오랫동안 옳은 것으로 통용되었다. 하지만 갈릴레이는 중력이 작용하고 진공인 상태에서는 물체는 무게와 상관없이 같은 속도로 낙하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자유낙하법칙의 발견은 물리학 역사뿐 아니라 전 과학역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발견이다. 갈릴레이는 2천년 가까이 유럽사회에 지배적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 학설의 오류를 바로잡고 현대 과학의 문을 열었다. 이 발견은 훗날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는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갈릴레이는 이것을 순전히 사고실험으로 증명했다는 점이다. 그가 피사의 사탑에서 자유낙하실험을 했다는 것은 지어낸 이야기이다.

물론 중력이 작용하고 공기저항이 있는 상태에서 물체의 무게가 매우 무겁다면 가벼운 물체보다 무거운 물체가 먼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실제 우리 경험의 범위 내에서 무게 차이가 아주 크지 않다면 두 물체는 같은 속도로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아리스토텔레스처럼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빨리 떨어진다고 믿고 있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서도 필자처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갈릴레오의 자유낙하의 법칙에 대해서 공부한 적이 있고, 고등학교 1학년 물리 시험에서 혼자 100점을 맞은 적도 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매우 오래되었고, 전공도 한국문학이다 보니 수학, 물리는 이미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필자의 머릿속에서 어느새 상식은 진리를 대신하여 옳은 것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만약 수업 중에 학생들이 자유낙하의 법칙에 대해서 환기시켜주지 않았다면, 필자는 잘못된 내용을 옳은 것으로 믿고 있었을 것이다.

상식의 사전적 뜻은 `일반적인 사람이 다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이나 판단력`이다. 상식이라는 단어에는 `다수의 사람이 옳다고 믿고 있다`는 함의가 있다. 그러나 위의 사례처럼 다수의 사람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자연과학에서 `법칙`이라고 불리는 주장은 어떤 조건하에서 항상 100% 옳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상식이 법칙 혹은 진리를 대체하는 일이 종종 경험한다. 어떨 때는 옳은 것을 말하는 사람들이 단지 소수라는 이유로 비난받고 핍박받는 경우가 있다.

상식의 힘을 믿고 진리를 핍박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우리는 항상 대세에 휩쓸리지 않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 신중하게 판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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