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필자는 선배교수와 대화를 하게 되었다.
이 분은 정년퇴직을 2년 정도 앞둔 분으로 필자의 대학 대선배이기도 하고 필자처럼 소위 TK출신인 분으로 현재 필자와 영어회화수업을 같이 듣고 있다. 하여튼 이 분이 필자를 보고 반가워하며 말을 걸기에 함께 앉아 대화를 하게 되었다. 이런 저런 대화 중에 우리나라 우파 정서의 기원이랄까 이런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분은 필자와 영어 수업을 함께 하다 보니 다른 교수들은 모르는 필자의 생활을 조금 알고 있다. 최근 필자는 논문 쓰는 문제로 일제 강점기 총독부 자료나 일본 의회 자료를 찾으러 일본을 가야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회화시간에 한 적이 있다. 그런 이유인지 그는 필자에게 승진 등을 위해서 논문을 몇 편 써야 하며, 요새 어떤 주제로 연구를 하고 있는지를 묻는다. 그러면서 그는 문학에 대한 논문을 꼭 필자처럼 써야만 하는 건지 묻는다. 그러면 논문의 양을 채우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겠냐고 걱정을 한다.
산업공학을 전공하시는 분에게 문학 연구에 대해서, 또 식민지 시대 문학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이렇게 진지하게 질문을 하시기 때문에 필자도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필자는 요즈음 이광수의 친일협력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고, 이미 한 편을 한글 논문으로 출판 하였다. 일본에 가야 한다는 걱정도 일제 말 일제의 식민지 통치와 관련한 정책 자료들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최근 상당수의 자료를 한국에서 확보를 하였지만 말이다.
이렇게 필자의 연구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도중에 필자의 선배 교수는 자기 어머니가 일제시대 때 교사를 했는데, 이러면 친일파인 것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자 합석했던 다른 분이 일제 치하에 한반도에 살면서 친일 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이에 필자는 두 분에게 `그런 식이면 모든 사람이 친일파이다, 한국에서 친일파는 친일인명사전에 올라간 4천389명으로 봐야한다, 교수님의 어머니는 친일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배교수들과 헤어진 뒤, 필자는 한국에서 우파적 심정의 한 원인에 대한 단서랄까 이런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이 선배교수는 지난겨울 촛불집회가 있었을 때 거기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돈을 받고 참여한 사람들이라는 유언비어를 믿었던 사람이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의 사고방식은 태극기 집회에 나온 많은 노인들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이 선배교수의 우파적 심정의 근원에는 소위 `친일파` 자손이라는 것이 놓여있다.
한반도에서 살면서 친일하지 않은 사람 어디 있냐는 말은 소위 `친일행위자`들이 자신들을 옹호할 때 쓰는 것이다.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친일인명사전`을 출판했을 때 거기에 등재된 사람들의 자손들이 반발하면서 이런 식의 반문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런 논리는 사실 북한정권이 식민지 시대 문학을 부정하는 논리로도 쓰인다. 북한문학사는 현재의 북한문학을 `항일혁명문학`을 계승한 것으로 주장하고, 김일성 항일 빨치산 운동 시기의 문학작품들을 그 기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문학사는 식민지 시대의 좌익 문학자들마저도 배제하거나 비판적으로 보는데, 이는 식민지에 살면서 문학을 했기 때문에 대일협력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이다. 식민지 시대를 바라보는 북한 주류의 관점과 남한의 주류-친일파의 관점이 서로 통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정치가들이나 소위 논객들 중에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파적 이익 등을 이유로 많은 논리들을 왜곡하고, 그것을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는다. 한국에서 친일파란 누구인가에 대한 논란도 그 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