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의 구속은 우리 모두의 비극이다. 전직 대통령이 구치소에 갇힌 일을 놓고 온갖 악담을 멈추지 않는 각박한 인심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마음은 부끄러움이다. 그 동안 드러난 박 전 대통령의 통치 흑막이 세상을 놀라게 하고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그 모든 `비정상`들은 우리 모두의 허물이요, 시대변화를 곧바로 담아내지 못한 제도적 모순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알고도 바로잡을 궁리를 하지 않은 정치권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유력 정치인들은 권력집중의 문제를 혁파해야 한다고 번번이 주장했지만, 막상 권세를 누리는 상황이 오면 달콤한 권력의 꿀맛에 취해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딴소리를 해왔다. 물론 그런 불합리를 보고도 흐지부지 넘어간 언론과 국민들의 잘못도 없지 않다.
조기대선 국면에서 잠룡들은 하나같이 `개헌`을 약속하고 있다. 또 대다수의 후보들이 `지방분권 개헌`에 대해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유세현장에서 정치인들이 하는 말은 오직 `득표`를 의식한 감언(甘言)인 경우가 많아서 온전하게 믿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의 여망대로 개헌을 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해놓고서 막상 권좌에 오르면 경제상황이 어쩌고, 블랙홀이 어쩌고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유야무야하곤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안 투표를 병행하자`는 견해가 대선국면에서 대략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만큼은 개헌운동의 대오를 흐트러트리지 말고 꿋꿋이 나아가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은 또다시 통치기구를 놓고 갑론을박하느라고 `지방분권형 개헌`의 가치를 묵살하게 되는 경우다. 고질적 중앙집권적 권력행태를 깨부수기 위해서는 헌법 속에 `분권`의 대들보를 확실하게 세우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이라는 불행을 정치적 유·불리나 이념대결의 소재로 악용하는 얄팍한 구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방분권형 개헌`이야말로 적폐청산의 지름길이다. `지방분권형 개헌`의 고삐를 단단히 거머쥐고 세상을 바꿔내야 한다. 선진적인 자치분권을 통해 피폐한 지역민들의 삶을 바꿔내는 건강한 지방자치가 이룩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이 번영할 수 있다는 신념을 올곧게 세워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