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40년 외길 가다 만난 보물 신종 `보석강판` 최초 개발

김명득기자
등록일 2017-03-02 02:01 게재일 2017-03-02 1면
스크랩버튼
엄상문 영남대 명예교수<bR>철광석 화학적 반응 이용<bR>천연보석 같은 무늬 추출<bR>종류도 300여 가지 넘어<bR>“국가 경쟁력 창출 확신”
▲ 지난달 28일 엄상문 영남대 명예교수가 청도군의 연구실에서 자신이 40년만에 개발에 성공한 보석강판을 들어보이며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명득기자

경북지역의 한 은퇴교수가 필생의 혼을 담아 연구의 한길에 전념한 결과, 신종 강판 개발에 성공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철광석에서 뽑아 낸 천연 보석무늬와 강판을 결합한 `보석강판`을 최초로 개발한 주인공은 엄상문(71) 영남대학교 명예교수(세라믹 전공). 그는 현직에 재직할 때부터 꾸준하게 연구해 온 세라믹과 목재 소재 연계 연구에 이은 새로운 시도로 강판에 천연보석 무늬를 입히는 신기술을 개발해 냈다. 보석강판을 개발하기까지는 무려 4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본지는 지난달 28일 청도군 금천면 갈지리 그의 연구실을 찾아 보석강판을 개발하기까지의 애환과 숨은 노하우를 단독 취재했다.

◇세라믹-목재 유약서 힌트

엄 교수는 처음 전공분야인 세라믹 유약에서 출발해 목재, 섬유, 가죽에 보석무늬를 입히는데 성공했고, 강판에 보석무늬를 입히는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는 지난 2015년말. 제작 공정은 강판에 유약을 적용시켜 하이테크 기술로 보석무늬를 뽑아내는 시도를 거듭한 끝에 지난 1월 신개념의 보석강판 제작에 성공했다.

엄 교수가 개발한 보석강판의 특징은 철광석에서 화학적 반응으로 뽑아낸 자연적인 보석무늬. 마치 천연 보석인 루비나 사파이어 등과 동일한 파스텔톤의 색상을 자랑한다. 그는 연구 중 새로운 보석 색상이 탄생할 때마다 USB에 저장해왔다. 이런 방식으로 USB에 보유하고 있는 보석 무늬만도 300여 가지가 넘는다. 앞으로 더 개발할 수 있는 무늬도 무궁무진하다는 것. 그래서 그가 소지하고 있는 USB는 그야말로 보물 중의 보물이다.

◇자동차 등 산업 전 분야 적용 가능

현재 국내 철강업계의 컬러강판 시장은 포스코강판, 동국제강 등이 선두주자로 꼽힌다. 포스코강판의 제품 특징은 냉장고, 자동차 등 내외장재용으로 주로 사용되며 우아한 단색이 포인트다. 동국제강이 개발한 프리미엄 컬러강판 `럭스틸`도 미려한 디자인을 갖춰 마치 목재와 흡사한 색상으로 건축 내외장재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엄 교수가 개발해 낸 보석강판은 우선 색상과 무늬부터가 300여 가지가 넘기 때문에 자동차, 전자제품, 건축내외장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색상과 무늬에 따라 소재를 선택할 수 있고, 각기 다른 소재에 맞게 무늬와 색상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보석강판의 제작공정 또한 간단하다. 현재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생산시스템에 엄 교수의 USB를 프린트화할 경우 곧바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지만 포스코강판은 현재 생산시스템이 없어 신규 설비가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대기업에선 홀대

엄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보석강판의 기술력을 검증받기 위해 국내 컬러강판 선두주자격인 P사와 D사를 찾았으나 반응이 시큰둥했다. P사의 한 전무는 `설비가 아직 확충되지 않았다`며 난색을 표했고, D사의 연구팀장은 `이미 컬러강판이 생산되고 있는 단계여서 검토대상이 아니다`며 퇴짜를 놨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이 획기적이고 하이테크한 보석강판의 기술력에 대해 한번도 관심을 갖고 접근해 주지 않은 데 대해 서운해 했다. 한 분야에 40년 넘게 연구해 온 노교수의 집념과 성과를 한번도 거들떠 보지도 않은 데 대해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엄상문 교수는 “대기업 담당자들이 새로운 신기술을 도입하려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이 신기술을 접목시킨 신개념의 보석강판을 생산해 상업화한다면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경제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