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경우가 적지 않다. `말`로는 “4차 산업혁명에 앞장서겠다” 했지만 4차 산업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를 없앨 법안은 통과시키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브레이크를 걸어놓고 가속페달을 밟는 자가당착이다. 이러니 “정치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바보”라 한다. 예산 대책도 없이 대규모 사업을 벌이겠다는 공약은 선거때마다 나오고, 귀에 솔깃한 공약에 대해서는 긴가민가 하면서도 속아준다.
DJ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차관을 지냈고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장을 역임한 변재인 민주당 의원은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규제개혁이나 구조조정, 4차 산업으로 인한 대량실업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뜬구름 잡는 주장만 하고 있다”고 했다. `산업혁명`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다. 영국의 1차 산업혁명을 봐서도 알 수 있는 일이다. AI(인공지능)가 적용되는 산업은 필연적으로 대량실업을 동반한다. 산업혁명을 하려면 구시대의 법규를 뜯어고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논두렁길에 기차가 달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국회는 `논두렁길`을 그냥 두었다. `원격 진료 허용 법안`은 무려 20년째 묶여 있다. 노조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야당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당 출신 대선 주자들이 먼저 4차산업을 이끌겠다고 한다. 모순이다. 인공지능·로봇·드론·빅데이트 등이 4차산업의 핵심 분야이고 세계는 지금 이를 향해 전력 질주하고 있는데 한국은 규제가 앞길을 막고 있다. 그래서 4차 산업을 주력으로 삼는 기업들은 규제 없는 다른 나라로 떠나갈 차비를 한다.
“말을 마차 뒤에 맨다”는 서양속담이 있다. 대선 주자들의 공약이 그렇다. 그러나 또 한편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뒤늦게 잘못을 깨닿고 “서둘러 법을 정비하겠다”는 의도가 공약 속에 들어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전에는 정부·여당이 제안한 법안이라 반대했지만 지금은 그 진영논리를 떠나 이슈를 공약으로 `선점`하고 법 정비에 앞장서겠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4차 산업이 뻗어나갈 고속도로가 시원히 뚫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