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탈당파 의원들에 대해 나갈 테면 나가라는 태도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은 “나갈 사람은 나가고 남는 사람은 남는 것”이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조속한 시일 내에 개혁적 비대위원장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분당은 기정사실화돼가고 있다.
새누리당의 내분이 격화되면서 지난 13일 당을 추스르기 위해 분주히 움직여왔던 김관용 경북지사는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던 친박계 주축의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의 해체를 선언했다. 김 지사는 “치열한 자기반성을 통해 국민께 용서를 빌고, 살을 깎는 각오로 당을 혁신해 국민께 보고를 드려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들은 이 비참한 사태를 초래한 위정자들로부터 진솔한 반성과 사과를 받은 기억이 별로 없다. 박 대통령이 3차에 걸쳐 사과와 담화문을 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국민들 대다수는 오밤중에 느닷없이 뺨을 맞은 기분이 역력한데 어느 누구도 나서서 용서를 빌지 않는 해괴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여론의 도마에 오른 요인(要人)들은 국회청문회장에서 끊임없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국정농단을 까맣게 모르고 넘어간 `큰 죄인들`인 정치인들은 권력놀음에 여념이 없다. 야당은 때 만난 듯 온갖 의혹들을 쏟아내고 있고, 으뜸책임을 지고 있는 새누리당 친박계는 그냥 뻗대고 살아나갈 작심에 빠진 듯하다.
보수세력의 분열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엄청난 변수다. 새로운 보수정당을 건설하거나 썩고 낡은 정당을 개혁하는 일은 진정한 `반성`이 없이는 결코 가능한 일이 아니다. 엎드려 빌고, 두 번 다시 이 같은 사태를 맞지 않기 위해 `개헌`을 포함한 설득력 있는 방안들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에 제대로 된 보수정당의 재탄생을 이뤄내지 못하면 이 나라는 엄청난 불행에 빠진다. 지금은 무엇을 잘못했는지부터 낱낱이 밝히고 사죄하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