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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육박전`이 내란 수준이다

등록일 2016-12-22 02:01 게재일 2016-12-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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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향한 길`에는 부모 형제도 없고 친구도 없다. `맞서는 자`는 다 적(敵)이다.

이같은 냉혹한 정치풍토는 조선시대 사색당쟁에서 비롯됐다. 당시 정권쟁탈전에서 패한 쪽의 참상은 너무나 가혹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위리안치되고, 절해고도나 혹한의 땅에 귀양을 갔다. 혹은 `남자는 다 죽고, 여자는 승자의 집 종살이`로 떨어졌다. 그 정치보복의 전통이 오늘날 우리의 정치풍토를 살벌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한다. 미국 등 민주주의 선진국들은 정치보복이 없다. 오히려 적을 내 편으로 끌어들여 요직을 맡긴다. 포용의 정치가 선진국의 상징이 된 오늘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사생결단의 선거운동`을 계속한다.

지금의 정황을 보면 실로 가관이다. 적군하고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우군끼리도 싸운다. `경선`이 있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엇비슷할 때는 더 격렬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이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를 바싹 따라가자 견제가 바로 들어왔다. SNS 등에서 이 시장이 형수에게 입에 못담을 욕설을 퍼부은 녹음이 올랐는데, 이 시장의 지지율은 10주 만에 하락했다. 이 시장 측은 문 측에서 이를 퍼날랐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진에서 날아오는 화살은 여러 번 맞았지만 처음 겪어보는 등 뒤(같은 야당)에서 내려꽂히는 비수, 아프다. 정말 아프다”라고 썼다.

새누리당도 당이 쪼개질 조짐이다. 원내대표에 누가 되느냐를 두고 친박과 비박이 첨예하게 맞섰지만 친박의 정우택 의원이 당선되자 비박은 크게 실망해서 “당의 몰락을 초래한 측이 책임은 지지 않고 당권을 차지하는 것은 무슨 경우냐” 공격을 퍼부었고, 정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박에 양보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유승민 의원이 나서서 “전권을 주면 비대위원장을 수락하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친박 쪽에서 손사래를 쳤다. “당의 갈등과 분열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히 있는 사람은 안 되겠다”고 거부했다. 이에 비박은 “분당도 불사하겠다”며 강대강으로 맞섰다.

야3당은 황교안 대통령직무대행과의 회담을 제안하면서 “친박은 제외하고”라는 단서를 달았다. 친박은 아예 더불어 국정을 논할 상대가 못 된다는 것이었다. 황 권한대행이 이 제안을 수용할 리가 없으니 `없던 일`이 됐지만 정우택 원내대표가 야3당 대표에 신임 인사 차 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 야당들로서는 친박계가 부활할 조짐을 보이자 아예 싹을 밟아 뭉개기로 한 모양이다.

아인슈타인은 핵전쟁을 `더러운 전쟁`이라 표현했지만 선거전이야말로 더러운 전쟁이다. 권력이 좋기도 하겠지만 잃었을 때의 참상을 생각하면서 참담한 살육전에 뛰어드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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