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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청문회를 왜 하나

등록일 2016-12-09 02:01 게재일 2016-12-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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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질문`에 `능구렁이 답변`, `실적` 별로 없는 청문회가 이어지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화가 몹시 나는 모양이다.

“평소에도 남이 질문하면 동문서답하는 버릇이 있느냐”“기억력이 안 좋다. 아는 게 뭐냐?” 비아냥으로 화풀이하는 의원들도 있고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고함을 버럭 지르는 초선 의원도 있는데 그는 “증인은 결코 죽어서 천당 갈 생각을 말아야 할 것”이라며 분풀이를 했다.

답변한 내용을 수십차례 반복해 물으면서 `착각·실언`을 유도하고, 막말, 호통, 조롱, 인신공격, 망신주기 등으로 `공격실패·무소득`을 덮으려 한다.

살벌한 청문회장이지만 실소(失笑)를 자아내는 발언도 나온다. 한 의원이 “증인들 중 촛불집회에 나가보신 분은 손을 들어달라”했고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손을 들자 “당신은 재벌이 아니잖아요”버럭 고함을 질렀다. `재벌급`만 손을 들라는 말도 없었는데 `실적`이 뜻대로 나오지 않으니 그렇게라도 속풀이를 하는가 싶어서 다른 증인들이 웃음을 참느라고 애를 먹는 장면도 연출됐다. 엄숙한 청문회 자리라 마음대로 웃을 수도 없지만 증인 한 사람이 `눈치 없이` 웃음보를 터트렸다. 이쯤 되면 진실 규명을 위한 청문회라기보다 코미디무대에 가깝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대통령과 30~40분 정도 창조경제에 대해 대화했다”고 답변하자 안 모 의원은 “대통령의 머리로는 창조경제에 대해 30분 40분 논할 만한 지식이 없다. 무슨 이야기 했나?” 물었고 `대통령이 협박했다`는 답변이 나오지 않자 “오늘 대답하시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수준이다. 그러다가 직원들한테 탄핵받는다”고 분풀이를 했다. 대통령을 뇌물죄·공범으로 엮어넣기 위해 의원들이 많이 노력했지만 재벌들이 넘어가지 않으니 국민 보기에 면목도 없고 정치생명에도 지장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을 바보 취급하는 것은 그에게 투표한 국민을 모독하는 막말이다.

한 의원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자 “삼성 입사 면접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것 같다. 그렇게 대답하면 낙방!”이란 그 수준의 험담을 했고 한 의원은 롯데 신동빈 회장에게 엉뚱한 질문을 했다. “며느리 국적이 어디냐? 부인은 일본 사람 아니냐?” 이런 청문회를 지켜본 한 법조인은 “의원들의 질문이 진실 규명보다는 망신주기나 인기영합적”이라고 했다.

청문회가 늘 그랬는데 이번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 외신들도 “정부 계획에 기업이 돈을 내면서 답례로 긍정적 대우를 바라는 관행은 한국 정치에 수십년간 뿌리 박힌 것”이라 썼다.

아무 것도 `건진 것` 없고 증인들을 질타하다가 의원들이 오히려 망신당하는 청문회, 이런 장면을 국민은 언제까지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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