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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당위성, 정쟁으로 왜곡하지 말아야

등록일 2016-12-01 02:01 게재일 2016-12-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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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신뢰를 잃은 사람의 말은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 인간사회의 특성 때문에 사안의 본질이 왜곡되고, 비합리가 발동하는 참사가 빚어지는 경우가 있다. 최근 `개헌`문제를 둘러싼 논쟁만 해도 그렇다. 누가 주장했느냐에 따라 해석이 갈리고 찬반이 불붙기 십상이다. 똑같은 `칼`이라도 그것을 만지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사회적 반향과 파장은 사뭇 달라지기 일쑤인데 `최순실 게이트`로 곤경에 처한 박근혜 대통령의`개헌`언급이 매번 그렇다.

30일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29일 담화가 `개헌정국을 이용한 탄핵정국 돌파 책략`으로 해석되는데 대한 입장을 밝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기자들로부터 `박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담화에서 임기단축을 거론한 것을 개헌 요구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개헌이든 아니든 국회가 결정하는 대로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 대변인의 언질 속에서 박 대통령의 진짜 속내를 짚어내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현행헌법이 구닥다리 낡은 옷과 같아서 시대에 맞는 새 헌법으로 갈아야 한다는 필요성에 국민들은 대체로 공감한다. 정치인들 역시 절대다수가 `개헌`에 대해 찬의(贊意)를 갖고 있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굳이 그 동안의 논란을 열거하지 않더라도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제왕적 대통령제도가 빚어내는 온갖 부작용은 선명해졌다.

문제는 권력투쟁에 이골이 난 정치권이 또다시 `개헌`문제를 정략의 제물로 삼을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줄기차게 드러나는 `최순실 국정농단`의 곡절에는 우리 헌법이 갖고 있는 권력구조가 선진적인 국가운영에 치명적인 약점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추미애 대표가 `개헌반대`를 주창하는 중심세력으로 정리된다. 많은 사람들은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현 정국이 자신들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해석한다.

박 대통령이 지난 10월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꺼낸 `개헌` 이야기나, 이번 담화에서의 발언에 대한 정치권의 사시(斜視)는 깊고도 깊다. 그러나 시대적 과제인 `개헌`논의를 무한정 정쟁의 관점에서 난도질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에서 새 헌법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빚어질 극단적인 국론분열 가능성을 들어 부정적 의견을 내지만 `의사결정 시스템`만 제대로 작동시킨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누구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 그런 잡다한 변수 따위는 일체 개입시키지 말고 개헌은 당당히 추진돼야 한다. 권력구조 이외에 `지방분권형 헌법` 등 시급히 반영해야 할 명제들은 넘쳐난다. `개헌`을 놓고 자신들만의 권력저울로 장난치는 일은 철저히 배격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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