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인 박명재(포항남·울릉)·장석춘(구미을) 의원을 중심으로 예결위 소속 각 정당 간사들에게 집중적으로 사업의 필요성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나 사정은 녹록지 않다. 국회가 탄핵 정국으로 휘말려 들어가면서 예결위가 소소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인데, 소소위 중심의 협상에는 지역 국회의원이 접근해 의견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특성이 있다.
예결위 소속 지역 의원실 관계자는 협의가 진행 중인 예산안 내용을 파악할 방도가 딱히 없다는 애로사항을 토로한다. 특히 소소위가 별도로 구성돼 심사 중인 예산안에 대해서는 어떤 항목이 증액되고, 감액됐는지 좀처럼 알 수가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깜깜이 협상` 분위기 속에 대구·경북의 주요 예산은 대거 삭감되거나 전혀 반영되지 않을 위기에 놓여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마저 나돌아 문자 그대로 비상사태다.
예산확보 전략을 난감하게 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로 인한 애로사항도 만만치 않다. 쪽지예산이 철저히 차단된 상황에서 상임위나 예결위에서 공식적인 질의나 요청이 들어와 있는 정부 예산안 이외의 예산은 심사대상에 오를 수도 없는 형편이다. 기재위 예산시스템이 바뀐 상태에서 예산과 관련한 국회의원들 운신의 폭이 한층 좁아진 처지인 것이다.
매년 여의도에서 펼쳐지는 예산확보 전쟁은 사실상 각 지역출신 중진 국회의원의 역할이 가장 큰 변수로 작동한다. 그러나 대구·경북의 경우 올해는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탄핵정국이라는 결정타를 맞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예산확보에 적극적이었던 최경환(경산) 의원 등 지역 중진 국회의원들이 사실상 2선 후퇴를 선택한 상황이 가장 큰 악재가 되고 있다.
정부에서 SOC예산을 8.2% 삭감한다는 기조를 세워 놓았기 때문에 경북도도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하고 있긴 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경북의 경우 큰 사업들이 올해 마무리된다는 점이다. 지역출신 정치인들과 행정기관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기를 당부한다. 제아무리 혼란한 정국일지라도 민생을 멈출 수 없고, 지역발전의 소망 또한 끝끝내 거둘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