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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해

등록일 2016-11-30 02:01 게재일 2016-11-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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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세번째 대국민 담화가 발표됐다. 대통령의 복잡한 심중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한 이래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고, 사익이나 사심을 품은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는 술회는 만감이 교차한 것으로 보였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서는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잘못`이었음을 솔직히 시인했다. 검찰이 대통령을 뇌물죄로 엮었고, 모든 피의자들이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피동적으로 움직였다고 진술한데 대해서도 변명이나 구실을 대지는 않았다.

기자들은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대통령은 `소상히 말씀드릴 기회가 조만간 있을 것`이라며 담화만 발표했다. 아무래도 `공범`이나 `뇌물죄` 부분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변호인들과 상의한 후 답변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말에는 “한시라도 빨리 이 감옥같은 청와대를 떠나고 싶다”고 했는데, 박 대통령 또한 그런 심정일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수많은 어려운 문제를 만나 옳은 길이 무엇인가를 놓고 수많은 밤을 고뇌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처연함이 느껴졌다. 무겁고도 어려운 `대통령의 짐`을 지고 힘겹게 여기까지 왔는데, 쫓겨나듯 직에서 물러나야 하니,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에 괴로웠다”는 술회가 연상된다.

박대통령은 “임기 단축 등 모든 일정을 국회의 결정에 맡기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그리고 국정 공백을 막고 혼란을 최소화하는데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부친이 흉탄에 쓰러졌다는 말을 들었을때 첫 마디가 “삼팔선은요?” 했던 그 나라걱정의 정신이 `중도퇴직`의 마당에서도 변함 없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질서 있는 퇴진`을 잘 마무리하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3차 담화를 발표하기 전 원로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만들었고, 그 자리에서 나온 일치된 의견이 바로 질서 있는 퇴진이었다. 친박의 맏형뻘인 서청원 의원도 “야권과 폭넓게 의견을 모아 정권이양의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예우이며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순조로운 정권 이양이 되도록 결단을 내려달라는 요청을 앞장 서 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하면서 강경 일변도를 고집하기도 하지만, 그런 불관용은 국정 안정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번 기회에 개헌을 이뤄내는 것이 좋다. 문재인 전 대표는 대통령 중심제를 계속 주장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두고는 계속 `불행한 대통령`이 나올 것이다. 권력이 분산되면 `강력한 정부`가 되지 못하는 결함도 있지만, 부정부패 비리로 얼룩지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국회는 지체 없이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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