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이 짙은 안개에 휩싸였다. 야 3당은 일제히 `대통령 하야` 깃발을 들었지만, 박 대통령은 순순히 물러날 뜻이 없어 보인다. 헌법이 정한 탄핵이냐 아니냐만 남은 형국이다. 문제는 탄핵절차가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현 상태에서 특검수사 이후 탄핵절차가 시작되면 조기 대선은 일러야 내년 여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외 정정(政情)불안의 여파로 인한 한국의 경제불안 징후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전직 관료와 학자 등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 상황이 1997년 외환위기 직전과 유사하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김영삼정부 때 이른바 `소통령` 파문으로 정치리더십이 무너지는 바람에 IMF 해일이 덮쳤다는 분석이다. 20년 전의 교훈을 정치권이 까맣게 잊은 것은 아닌지 두렵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국제 금융시장에 만만찮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채 금리가 치솟고(채권값 하락) 미국 달러화 가치는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원자재 값도 동반상승 중이다. 달러 값이 뛰면서 위안화 가치는 8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철광석과 구리 값은 일주일 새 각각 23%, 8%가 치솟았다. 여차하면 한국 경제에 강풍을 몰고 올 악재들이다.
국제경제의 기조가 디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으로 바뀌면서 `트럼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국내 금리도 이미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연초 2%대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5%로 높아졌다. 1천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는 더욱 위태로워졌다.
주요 그룹 총수와 임원들이 특별검사와 국회 국정조사에 또다시 수개월 동안 불려 다닐 공산이 크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기업이 53개사에 달하다보니 경제계가 쑥대밭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헝클어진 국정을 바로잡는 일에 반론을 펼 이유는 없다. 하지만 국민들의 삶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파탄이 나게 해서는 안 된다.
야당이 권력쟁탈전에 몰두하면서 임종룡 경제부총리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거부하는 등 민생경제를 돌아보지 않는 것은 큰 문제다. 대통령이 아무리 미워도 국가경제를 권력다툼의 희생양으로 몰고 가는 일은 피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은 국내외 경제상황을 꼼꼼하게 챙겨보고 적절히 대응하는 일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방심과 무관심 속에 나라경제가 망가지는 비극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