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전당대회를 2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당권 향배를 놓고 치열한 물밑싸움이 지속되고 있다. 최경환 의원을 당대표 후보로 내세우려다가 불발된 친박이 좌장 서청원 의원을 단일후보로 올려서 당권을 잡아보려는 의도를 드러낸 시점에 특정 후보의 지역구 변경을 종용한 윤상현 의원과 최경환 의원의 전화 녹취록이 터졌다. 하필이면 그 대상이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화성갑에 출마하려던 김성회 전 의원이었다.
공개된 녹취록에 의하면 윤 의원과 최 의원의 언급은 박 대통령을 배경으로 놓고 한 협박성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녹취록에서 윤 의원은 “까불면 안 된다. 뒤에 대통령이 있다”며 “(지역구 변경) 안 하면 사달이 난다. 내가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최 의원도 “세상을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이 없다”면서 지역구 변경을 주문하고 VIP(대통령)의 뜻이라고 언질하고 있다.
결국 당권도전을 포기하기에 이른 서청원 의원은 녹취록 폭로에 대해 “왜 이 시점에서 음습한 공작정치 냄새가 나는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가만히 있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폭로 시점이 수상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작정치` 운운 발언은 공감을 얻지 못하고 “부적절하다”는 비판만 사고 있다. 달은 안 보고 달을 가리키는 손만 시비하는 꼴이라는 비난이다.
당권 주자인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당이 이 문제로 거의 엉망이 됐다”면서 당지도부의 검찰고발을 주장했다. 비박계 당권주자인 주호영 의원도 “권한이 없는 사람들이 개입하고 대통령을 파는 것, 권유하는 정도가 아니라 겁박을 주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임기가 종점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시점에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경북(TK)에서마저 지지세가 이반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사태다.
신공항 무산에 성주 사드배치, 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 건립 백지화에 이르기까지 박근혜정부는 지역민들로부터 거센 험구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내홍부터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다. 집권당의 자존심을 되찾아 똘똘 뭉쳐 박 대통령을 뒷받침할 책임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 현실정치에서 `억지춘향`은 결코 없다. 안될 때는 과감하게 양보하는 결단만이 미래의 가능성을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