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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서 또 화학물질 유출, 언제까지 이럴 건가

등록일 2016-06-30 02:01 게재일 2016-06-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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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불산 유출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경북 구미에서 또다시 질산과 염산 등이 섞인 폐화학물질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지역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는 소식이다. 지난 28일 새벽 구미시 시미동 구미국가산업3단지 내 이코니 1공장에서 30t 크기의 탱크 안에 보관하던 액체로 된 폐질산 3t이 유출됐다가 3시간 만에 모두 회수됐다. 이 사고로 직원 1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LCD 유리를 깎는 이 업체는 공정에 사용한 질산과 염산·불산 등의 폐화학물질을 탱크에 보관해왔다. 구미합동방제센터는 공장 내 탱크에 오염물질이 들어간 뒤 화학반응을 일으켜 폐화학물질 3t(중화제·물 포함)이 새나간 것으로 추정했다. 화학물질 유출사고는 자칫하면 대규모 인명피해와 치명적인 환경훼손을 초래할 수 있어 주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잦은 화학물질 유출사고로 구미지역 시민들은 남모를 트라우마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 2012년 9월27일에는 휴브글로벌에서 불산이 누출돼 5명이 숨지고 주변 공장 직원과 주민 1만여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듬해 3월2일에는 구미 LG실트론에서 불산·질산 등이 섞인 화학물질이 유출됐으며, 3일 뒤에는 구미케미칼에서 염소가스 누출로 1명이 다치고 160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화학물질 유출사고는 전국적으로 빈발하는 추세다. 2013년 1월 경북 상주의 웅진폴리실리콘, 2014년 8월엔 칠곡군 한 공장에서 각각 염산이 누출됐다. 2014년 12월 대구 도금공장, 2015년 9월 영천 실리콘제조업체 등에서도 화학물질이 누출됐다. 최근 5년 사이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충북 청주 SK하이닉스반도체, 충남 당진 현대제철, 충남 금산의 한 화학제품 공장에서도 발생했다.

정부는 화학물질 점검과 사고 대응을 위해 주요 공단에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를 설립했지만 사고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업들의 시설개선과 철저한 관리가 급선무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화학물질 취급 탱크나 차단막 및 누출센서 설치에 소극적인 기업행태부터 하루속히 바꿔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등 관련 기관이 매뉴얼을 만들고 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많은 화학물질 유출사고 원인이 부주의에 있는 만큼 현장노동자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일 또한 시급한 과제다. 화학물질 유출 등에 대비한 매뉴얼을 만들고, 체계적인 점검·훈련 등으로 신속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사고가 날 적마다 잠깐 시끌시끌하다가 금세 심각성을 망각하는 `얇은 냄비` 근성을 개탄한다. 화학물질 누출은 전쟁에 버금가는 재앙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엄중한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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