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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중(自重)시스템 망가진 새누리, 집권당 맞나

등록일 2016-06-21 02:01 게재일 2016-06-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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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체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조직을 통할하는 구조가 있고, 구성원 사이에 그 구조를 존중하는 미덕이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의 미덕은 때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결정이 나더라도 자중(自重)하는 시스템이 작동되는 형태로 구현된다. 그런데 작금 새누리당에서 거듭 일어나고 있는 불협화음을 보면 자중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진 느낌이다. 사사건건 패거리로 나눠 혼란으로 치닫는 새누리당은 과연 이 나라 집권당 맞는가.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당무 복귀에 따라 무소속의원 일괄복당 결정으로 불거진 내분사태가 봉합 국면에 진입하는 듯하던 새누리당이 권성동 사무총장의 경질 문제로 또다시 진통이다. 김 비대위원장이 권 총장에 대한 경질을 요구했지만, 비대위 회의에서는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 새누리당 비대위는 20일 비박근혜계인 권성동 비대위원 겸 사무총장의 사퇴 안건에 대한 논의를 유보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주재하며 자신의 공개 발언이 끝난 직후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비박계 김영우 비대위원이 “비대위원의 공개발언을 그냥 제한하면 안 된다”면서 비공개 전환을 막아선 뒤 “권성동 사무총장에 대한 경질은 적절치 않다. 혁신과 통합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정면 비판했다. 김 위원은 “잘못된 결정 때문이라면 비대위 전체가 반성하든지 사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서 “사무총장 비대위원 임명은 전체 비대위원의 전원합의에 의한 의결을 통해 이뤄졌다”며 “그래서 해임에 대한 것도 저는 적절한 절차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친박계인 김태흠 제1사무부총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관례상 해임·경질·교체는 최고위에서 의결과정을 거친 적이 없다. 그래서 어제 비대위원장의 의견으로 이미 결정 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권성동 사무총장은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새누리당은 집단지도체제여서 위원장이 당직자 임명권을 갖고 있지만 그 전에 최고위원회, 즉 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임명만 할 뿐”이라며 “위원장은 추천 권한만 갖고 있기 때문에 비대위의 해임의결 없이는 비대위원장의 경질 방침만으로 사무총장 직위가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제아무리 경질 의지가 있다하더라도 사유와 절차는 합당해야 한다. 표결로 처리된 어떤 결정의 책임을 온전히 한 사람에게 지게 하는 것도 논리에 닿지 않는다. 친박과 비박이 여전히 앙앙불락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어거지 논박과 궤변을 동원해 멱살잡이를 지속하는 그 속셈들은 과연 어디에 닿아 있는가. 그냥 살아내기도 힘든데, 국민들을 한없이 피곤하게 만드는 그 막장 드라마 좀 제발 멈춰주기를 신신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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