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기업인 Y씨(54)는 포항 광명일반산업단지에 공장을 지으려다가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서 경주 천북이나 강동일반산단으로 갈 생각을 하고 있다. 포항에서는 지역발전협의회와 지역 시의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데 경주에서는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모든 행정적 지원과 민원을 해결해준다. 공해업체라면 까다롭게 규제를 해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업체까지 “주민 동의를 받아오라”하면, 기업의 재정부담은 가중된다. 공장과 주민 간에는 늘 갈등이 있는데, 포항시 공무원들은 그 사이에 끼어 골머리를 썩이기 싫은 것이다.
경주시는 아직 배가 고프고, 포항시는 배가 부르다는 뜻인가. 이강덕 포항시장은 강소기업 육성을 시정목표로 삼았는데, 직원들은 경주시 공무원들에 비해 적극성이 모자란다. 외지 기업들 대부분이 포항 산업단지 입주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일단 시끄럽게 해놓고 보자는 주민의식도 문제지만, 설득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가 없는 행정공무원의 무사안일은 더 문제다. 적극행정으로 성과를 올린 공무원에 대한 포상제도도 생각해볼 일이다. 사람은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본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포항시 두호동 대형마트 개점문제가 3년 넘게 갈등을 빚고 있다. 죽도시장이나 중앙상가 일부 상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되니 반대하고, 두호동 주민들은 생활에 도움이 되니 찬성하는 것이다. 이 갈등을 해결할 주체는 아무래도 포항의 지도층이 돼야 할 것이다. 시청·시의회·지역출신 국회의원 등 공직자들이 “무엇이 포항시 전체를 위해 이익이 되는가”를 따져서 반대측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시청 공무원들은 합리적 대안이 있다면 소신 있게 이를 관철시킬 의지를 보여야 한다. “갈등을 주민들끼리 해결하라”는 방관적 자세는 매우 무책임한 모습이다.
포항시 공무원들의 기강해이를 보면 `소극행정`의 원인을 알 수 있다. 시장의 출장 기간 중에 민방공 대피훈련이 있었는데, 간부 22명 중 5명만 업무를 보고 있었다고 한다. 한 포항시 과장이 술집에서 시의원을 폭행해 중상을 입힌 일도 있었다. 상벌을 엄격히 해야 공직기강이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