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턴김선우문학과지성사 펴냄. 시집
1996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한 그는 현대문학상, 천상병시상 등을 수상한 중견시인이다.
네번째 시집 이후 걸출한 장편소설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에세이들을 선보이며 자신의 문학세계를 벼려온 그가 4년 만에 펴낸 이번 시집에서는 세상 낱낱의 존재들과 눈을 맞추며 경이로운 생명력을 이야기하는 특유의 여린 강인함이 빛을 발한다. `잉태하고, 포옹하고, 사랑하는` 몸에 대한 애착은 모든 시간에서 고유한 언어를 창조해내는 “온몸의 유희”가 되고, 시인 안팎에 부글거리는 `나들`의 향연은 “살아 있는 한 끝나지 않을 혁명”으로 계속되는 것이다.
아름답고 여린 말을 매만져 예측하지 못한 힘을 자아내는 김선우의 시는 슬픔에 빠지지 않는 진혼가이자 끝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랑시, 격분하지 않되 묵직하게 끓어오르는 투쟁가로 읽힌다. 고요한 밤을 조용히 울리며 감정을 뒤흔드는 야상곡인 듯, 신비롭고 조화로운 리듬들로 이뤄진 무언가(無言家)인 듯, 67편의 잘 익은 시들은 편편이 서로 공명하고 있다. 김선우의 시집에서 사랑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녹턴`에서 사랑은 이별과 결합한 애도의 형태로 등장한다. 이 시집에서 `그해 봄`이라고 에둘러 지칭된 하나의 사건은 그것을 목도한 모든 이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무력감을 가져다줬다. “보았네//보았으나//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보다,의 지옥”(`지옥에서 보낸 두 철`)에서 “세상에 대해 아무런 죄 없는 그 아이를 살려내라고” “불모의 신”을 부르다가 신에게 “면죄부를 쥐여주고 떠나보”(`그해 봄 처음으로 神을 불렀다 1`)내며 시인은 묻는다. `그해 봄`은 이제 누구의 죄인가?
이 시집의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한,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런 고통을 가져온 원인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이라는 수전 손택의 말을 빌려, 시인의 정치적이며 시적인 물음의 기원을 찾는다. `그해 봄`에 한해, `우리`는 기만적인 단어일 수 있다. “연민이라는 면죄부” 너머 나의 연민이 당신의 고통과 같아질 수 있을지 묻는다면, 김선우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답하지 않는다.
다만 “고통을 정확하게 함께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고백하는 것”(이광호)이 가능하며, “`우리`와 다른,/`나들`이라 이해할 수밖에 없는 `나` [….] 너의 아픔에 덩달아 아픈 `나들`”(`詩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유`)로써, 영영 같아질 수 없지만 각자 달라 함께 사무치는 “얼룩 같은/얼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적을 뿐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