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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고통받는데 불편 참아야죠”

박동혁기자
등록일 2016-01-26 02:01 게재일 2016-01-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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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일 울릉군수 8일째 포항에 발 묶여<BR>호텔 마다하고 여관서 전화로  업무 지시
▲ 최수일 울릉군수가 25일 오전 포항시 북구 여천동의 한 여관에서 전화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제가 여관에서 겪는 불편함은 섬에 고립된 주민들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25일 오전 포항시 북구 여천동의 한 여관에서 만난 최수일 울릉군수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이날로 울릉 행 여객선이 그의 발목을 붙잡은지 꼬박 8일째.

어느덧 세평 남짓한 작은 여관방은 최 군수의 집무실이 됐다.

그는 휴대전화와 노트북 PC 등 활용가능한 모든 도구를 활용해 섬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리고 있다. 주요 지시내용은 100㎝ 넘게 쏟아진 폭설로 인한 주요도로 제설작업, 눈밭에 고립된 주민 확인, 생필품 공급 등이다.

하지만 현지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지시가 내려지기까지 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이렇듯 울릉도에 내린 폭설과 한파로 지난 18일부터 25일까지 여객선 결항되면서 최수일 군수를 비롯, 울릉지역 주민 1천여명이 육지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포항, 경주, 대구 등지의 가족·친척들의 집에 신세를 지고 있으나 대부분은 여객선터미널 인근의 포항에서 여관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여관의 하루 숙박비가 2만~3만원에 불과하지만 일주일이 넘어서면서 금액은 수십만원으로 불어나 대부분 고령층에다 소득이 많지 않은 주민들로서는 부담이 적지 않다.

주민들이 겪는 불편을 함께 감내하겠다는 자세로 시설 좋은 호텔이 아닌 여관생활을 선택한 최 군수도 업무를 지속하며 하루빨리 배가 뜨기를 기원했다.

최 군수는 “군수가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폭설과 한파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며 “26~27일께 운항이 예상되는 배를 타고 울릉도에 입도해 업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는 대형여객선인 썬플라워호(2천394t·정원 920명)의 안전점검 기간동안 대체할만한 선박이 없어 이같은 상황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군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점검이 강화되면서 썬플라워호 역시 안전점검이 기존 15일에서 45일로 길어졌다”며 “하지만 대체여객선은 6분의 1규모(388t급 썬라이즈호)에 불과해 기상악화로 인한 결항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에서 공모제 등을 통해 대형여객선 배치에 적극 나서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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