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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기록도 역사가 된다

등록일 2015-10-20 02:01 게재일 2015-10-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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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 당시 유황도를 점령한 미군은 국기를 올려야겠다며 몇몇 군인들이 장대끝에 성조기를 달고 깃대를 세우고 있었다.

종군 사진기자가 그 옆으로 지나가다가 `필름도 한 두 장 남았고 해서` 무심코 그 장면을 찍었다. 별 생각 없이 찍은 그 사진은 졸지에 `역사적 기록물`이 됐다. 미국 전역의 신문들이 그 사진을 받아 실었다. 지금 그 사진은 `미국의 자긍심`을 가장 잘 표현한 상징물이 돼 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진이 있다. 인천상륙작전 후 서울이 수복돼 `중앙청 국기게양대에 태극기를 올리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그 사진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비록 피난살이에 지칠대로 지쳤지만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6·25기념식때 마다 언론들은 그 장면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중앙청이 철거되면서 그 국기게양대도 사라져버렸다. “게양대만은 보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측근이 조언하자 당시 YS는 “씰데 없는 소리”라며 일축했다는 이야기가 `JP회고록`에 있다. 대통령의 머리가 비어 있으면 귀중한 역사자료가 쓰레기처럼 된다.

최근 `대통령기록관`이 “대한민국 대통령의 기록을 찾는다”는 기증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15명 대통령의 흔적을 사소한 것이라도 모으겠다는 것이다. 외교관이나 공무원을 지낸 많은 이들이 호응하고, 일반국민들도 가보같은 자료들을 내놓고 있다. 대통령은 여기저기 휘호를 남기는데, 재직시에는 `보물`대우를 받지만, 퇴직하면 `창고 신세`로 추락한다. 그 유물들이 창고 밖으로 `석방`될 모양이다. 대통령이 보낸 `격려의 편지` 등은 가정에서 가보로 보관할 가치가 있지만, 기록관에 기증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포항의 포스코역사관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종이마패 사진`이 걸려 있다. “포항제철소 건립을 기를 쓰고 반대했던 사람들이 뭣 좀 얻어먹을 것이 있게 되자,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며 압력을 넣었는데, 이를 막아준 것이 `종이마패`였다. “박태준 사장에 협력하라”는 박 대통령의 친필 서명이 들어 있는 종이 한 장이었다.

포항제철소에서 `첫 쇳물`이 흘러나왔고 모든 직원들이 만세를 불렀던 장면은 `한국산업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기록물이다. 한·중·일 3국이 유네스코기록유산 등재경쟁을 벌이는 지금이라 `기록물`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포항홍보회(회장 하홍걸)는 포항시청·포스코·언론사·사진 영상 관련업체 종사자 등이 모인 단체인데, 최근 “창조포항 사진으로 얘기하다”란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산업`과 `문화` 두 분야로 나눠 전시한다.

포항의 산업이 발전해온 과정, 포항의 관광 문화의 유적과 자산들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남구 평생학습원에서 상시 전시되는 `포항의 족적`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높은 역사적 가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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