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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 체육축전의 전범(典範)

등록일 2015-10-13 02:01 게재일 2015-10-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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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가 11일 폐막했다. 우리는 금 19개 은 15개 동 25개로 종합4위에 올랐다. 군인체육대회 사상 최대 규모였고, 우리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그 성적보다 더 돋보인 것은 `알뜰하고 매끈한 운영`, 그리고 다른 체육대회에 한 수 가르쳤다는 점이다. 인천시는 1조7천억원이나 들여 아시안게임 한번 치르고 빚더미에 올라앉았는 데, 문경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성과를 거두었다.

세계군인체육대회는 “무기를 내려놓고 우정을 나누고 협력하자”는 것이 모토이므로, `성적`보다는 목적에 부합하는 대회를 치르는 것이 중요하다.

`캐러밴 선수촌`은 압권이었다. 아파트를 지으려면 800억원이 들지만 문경시는 35억원으로 해결했다. 기발·탁월한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개막식 비용은 광주U대회의 절반인 54억원을 썼고, 각 종목 시설도 임차해 13억원을 아꼈고, 시상식도 기존 물자를 물려받아 2억5천만원을 절약했으며, 시상식 도우미는 92명의 여성부사관들이 봉사했다. 이번 대회의 생산유발효과는 3천115억원이고,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1천542억원이니 이만큼 `남는 장사`가 없다. 인구 7만8천명의 문경시가 `머리` 한번 잘 쓴 덕분에 칭찬도 듣고 큰돈도 벌었다.

앞으로 열릴 체육행사들이 벤치마킹할만한 일을 열거하자면, 첫째 분산개최와 기존시설 활용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영천 3사관학교에 2천여명, 괴산 학생군사학교에 4천여명을 수용하고, 남은 1천500명은 문경 본부에 있는 캐러밴 350동에 수용했다.

건설업체가 캐러밴을 짓고 문경시는 이를 대회 기간 중 임대했으며, 캐러밴은 이미 예매가 완료됐으니, 업체와 문경시가 상생을 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앞으로 널리 활용될 것이다.

또 하나 돋보인 것이 `의료지원센터`였다. 다친 선수들과 과로에 지친 도우미들을 위한 의료봉사활동이 칭찬을 들었다. 한 인도 배구선수는 급성간염으로 종일 식사를 못했는데, 의료진과 선수촌 식당이 협의해 인도 음식을 공수해와 감동을 주었다. 각 경기장 마다 설치된 의료센터는 정형외과·신경외과는 물론 내과 치과 이비인후과 등 다양한 전문의들이 배치돼 `한국 의료 수준의 우수성`을 과시하는 기회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 `평화의 광장`은 매우 인기 높은 공간이었다. 지역특산물을 이용한 주스, 젤리, 쿠키 등의 시음회가 마련됐고, 서프터스와 자원봉사자들이 항시 대기하면서 안내인 겸 말벗이 돼주었다. 외국어 능력을 가진 글로벌선진학교 학생 750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통역은 물론 각종 안내를 맡아 `평화의 광장` 구실을 유감 없이 해냈다. 해군5종 경기가 열린 영일만이 포항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것도 적잖은 성과였다. 이번 대회는 매우 좋은 전범(典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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