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일본의 사상` 김항 지음 창비 펴냄, 343쪽
김항 연세대 국학연구원 인문한국(HK) 연구교수가 일본 제국주와 동아시아의 관계를 분석한 `제국일본의 사상`<창비·343쪽·2만2천원>을 펴냈다. 김 교수는 이 책에서 과거 제국이었던 일본은 물론 그 제국의 식민지였던 동아시아 각국까지 전후 제국의 기억을 망각했다고 지적했다.
식민지배의 가해자였던 일본이 파시즘, 침략전쟁, 식민지배 등 제국과 관련한 과거를 지우는 데 주력한 것은 충분히 있음직한 일로 보인다.
그러나 한반도에서도 해방 후 냉전과 한국전쟁, 그에 이은 좌우 분열로 `제국 일본`을 다시금 성찰할 여유가 없었으며, 그보다는 상처입은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듯 국가나 민족을 강조하면서 `제국의 기억`을 불식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국가 건설을 명분으로 콘크리트 바르듯 기억을 망각해버린 이같은 상황을 과거에 대한 `공구리(콘크리트)질`로 표현한다. 그러나 언뜻 강고해 보이는 망각의 콘크리트 아래 제국 일본이라는 지층이 여전히 존재하고, 제국-식민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지층이 요동치면서 콘크리트에 균열을 낸다고 설명했다. 악화일로에 있는 지금의 동아시아 정세가 그 증거로, 이는 오히려 `제국의 기억`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관점에서 1970년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할복자살 사건을 제국의 `주권` 문제로 재해석하고, 이광수의 `민족개조론`과 염상섭의 `만세전`으로부터 식민지 인간을 읽는 열쇳말로 `난민`을 끌어낸다.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 다케우치 요시미(竹內好) 등 사상가들의 사유도 제국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고서 실존과 생존을 모색하려는 지식인들의 몸부림으로 읽힌다.
/정철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