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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亞서 망각된 `제국 일본 기억` 찾아야

정철화기자
등록일 2015-04-03 02:01 게재일 2015-04-0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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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일본의 사상`  김항 지음  창비 펴냄, 343쪽
올해는 일본의 압제에서 해방을 맞은 광복 70주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되는 해이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의 과거사 왜곡으로 역사 청산은 오히려 시간을 역주행하고 있다. 아베 신조 정권은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집단자위권 행사를 가능케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를 침략해 무고한 인명을 무자비하게 살상했던 옛 제국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김항 연세대 국학연구원 인문한국(HK) 연구교수가 일본 제국주와 동아시아의 관계를 분석한 `제국일본의 사상`<창비·343쪽·2만2천원>을 펴냈다. 김 교수는 이 책에서 과거 제국이었던 일본은 물론 그 제국의 식민지였던 동아시아 각국까지 전후 제국의 기억을 망각했다고 지적했다.

식민지배의 가해자였던 일본이 파시즘, 침략전쟁, 식민지배 등 제국과 관련한 과거를 지우는 데 주력한 것은 충분히 있음직한 일로 보인다.

그러나 한반도에서도 해방 후 냉전과 한국전쟁, 그에 이은 좌우 분열로 `제국 일본`을 다시금 성찰할 여유가 없었으며, 그보다는 상처입은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듯 국가나 민족을 강조하면서 `제국의 기억`을 불식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국가 건설을 명분으로 콘크리트 바르듯 기억을 망각해버린 이같은 상황을 과거에 대한 `공구리(콘크리트)질`로 표현한다. 그러나 언뜻 강고해 보이는 망각의 콘크리트 아래 제국 일본이라는 지층이 여전히 존재하고, 제국-식민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지층이 요동치면서 콘크리트에 균열을 낸다고 설명했다. 악화일로에 있는 지금의 동아시아 정세가 그 증거로, 이는 오히려 `제국의 기억`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관점에서 1970년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할복자살 사건을 제국의 `주권` 문제로 재해석하고, 이광수의 `민족개조론`과 염상섭의 `만세전`으로부터 식민지 인간을 읽는 열쇳말로 `난민`을 끌어낸다.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 다케우치 요시미(竹內好) 등 사상가들의 사유도 제국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고서 실존과 생존을 모색하려는 지식인들의 몸부림으로 읽힌다.

/정철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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