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급한 불 껐지만 고강도 구조조정 바람불 듯

이창형기자
등록일 2014-12-24 02:01 게재일 2014-12-24 11면
스크랩버튼
포스코, 포스코플랜텍 유상증자 참여<BR>4년전 부채비율 1천613% 성진지오텍 인수가 화근<BR>두차례 이사회서 자구노력 조건으로 진통 끝 통과

포스코와 포스코건설이 23일 자금난을 겪고 있는 포스코플랜텍에 2천900억원을 증자키로 해 이 회사의 경영정상화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유상증자 방식은 포스코플랜텍이 2천900억원 규모의 보통주를 발행, 포스코 2천386억원, 포스코건설 514억원으로 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포스코의 유상증자 참여로 급한 불은 껐지만 포스코플랜텍의 숙제는 여전히 남았다.

포스코 이사회가 부실계열사에 대한 증자 참여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는데다, 철저한 자구노력이 동반되지않으면 이번 증자가 특효약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아 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대치동 포스코 본사 18층 회의실에선 포스코의 12월 정기이사회가 열렸다. 이날 상정된 안건 중에는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3천억원 규모 유상증자 건이 있었다. 부실 자회사 지원책을 마련한 포스코가 이사회의 허가를 얻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7명의 사외이사 중 일부가 거세게 반발했다.

한 사외이사는 “3천억원을 지원하면 회사(포스코플랜텍)가 정상화할 수 있다고 확신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자칫 `깨진 독에 물붓기` 지원책 아니냐는 질책도 나왔다. 경영진은 업황 악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자회사 해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한 사외이사는 “포스코플랜텍은 이미 2010년부터 4년간 세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2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경영난을 겪고 있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뚜렷한 해법 없이 부실사 지원을 계속하면 포스코 평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후 2시에 시작한 회의는 3시간이 지나서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창희 사외이사(서울대 법대 교수)는 “오늘 유상증자에 관한 안건은 보류하겠다. 자료를 더 보완해 검토한 뒤 회의하겠다”고 봉합했다.

포스코 이사회에서 상정된 안건에 대해 보류 결정이 나온 건 2008년 12월 이후 6년 만이었다.

하지만 포스코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속개해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유상증자 문제를 마무리했다.

진통 끝에 유상증자 문제가 이사회를 통과한 것은 포스코플랜텍에 대한 강도높은 자구노력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34.52%) 포스코건설(7.43%) 등 포스코그룹 계열사들이 41.95% 지분을 갖고 있던 포스코플랜텍은 현재 부채비율이 700%를 넘는다.

거슬러 올라가면 2010년 포스코가 조선·해양 플랜트 부품 제조사인 성진지오텍을 1천600억원에 인수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 당시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1천613%에 달했다.

당시 포스코 경영진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인수금액에 맞먹는 1천300억원을 투입했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견실한 철강, 화공 설비 계열사 포스코플랜텍과 합병했지만 계속된 적자 누적과 부채비율 증가로 결국 지난 3월 717억원 규모의 세 번째 유상증자를 했다. 이 회사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630억원, 올해는 3분기 말 기준으로 60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말까지 7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매출은 2012년 7천84억원을 정점으로 지난해 6천34억원, 올해 3분기 말 4천774억원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우여곡절 끝에 유상증자가 결정돼 급한 불은 껐지만 추가 유상증자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요구했던 포스코 이사회의 입장을 냉철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형기자 chlee@kbmaeil.com

경제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