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출신 3위·대구서 순교자 20위 포함<BR>교황 방한, 8월15일 대전서 시복식 주재
한국의 가톨릭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이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결정됐다.
시복식을 통해 뛰어난 덕행이나 순교로 신자들의 존경을 받아온 `하느님의 종`들에게 `복자`라는 칭호를 내리게 된다. 순교자 124위는 시복 미사를 통해 비로소 복자품에 오르게 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지난 2001년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내 예비 심사를 마무리 한 뒤, 2009년 5월20일 시복 조사 문서를 교황청 시성성에 정식 접수했다. 이후 교황청은 이 서류를 검토했으며 이번에 시복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시복이 결정된 124위 순교자들은 신해박해(1791년)부터 병인박해까지 순교한 천주교 초기 신자들로 첫 대규모 박해로 기록되는 신유박해(1801년) 순교자가 53위로 가장 많고, 기해박해(1839년) 전후 순교자 37위, 병인박해(1866년) 순교자 20위, 신유박해 이전 순교자 14위다.
교구별로 보면 경북도내에는 경북 출신자 3위, 순교지 별로 보면 20위의 대구 순교자가 포함됐다.
이들에 대한 시복식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8월13일 대전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고 그 이틀 뒤인 15일 성모승천대축일에 교황이 직접 시복식을 주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아직 교황청에서 시복식이나 교황 방한과 관련해 통보받은 게 없다. 하지만 여러 일정을 감안해 현지에서 방한 가능성이 타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는 조선시대였던 1791년부터 1888년 사이 유교를 해쳤다는 이유로 순교했다. 현재까지 한국 천주교에서 시복시성된 인물은 국내 최초 신부이자 순교자인 김대건 신부를 비롯해 가톨릭 성인 103위가 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교황청의`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 결정과 관련해 9일 “하느님께서 한국교회에 커다란 은총을 주셨다”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의장 강우일 주교 명의로 낸 발표문에서 “그동안 신앙 선조들의 시복을 위해 기도해 준 모든 교우와 많은 관심을 갖고 격려해 주신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주교회의는 “1984년 당시 103위 복자가 시성된 이후 아직 시복시성이 되지 않은 초기 한국 천주교회의 순교자들의 시복시성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그런 염원이 시성 30주년인 올해 시복의 열매를 맺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복(諡福)은 거룩한 삶을 살았거나 순교한 이에게 복자 칭호를 허가하는 교황의 공식 선언이다. 목숨을 바쳐 신앙을 지켰거나 생전에 뛰어난 덕행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고 믿어져 공식적으로 신자들의 공경의 대상이 된 사람, 즉 공경할 만한 성도에게 붙이는 존칭으로 준성인에 해당한다. 시복이 이뤄지기까지는 교황청의 엄격한 심사가 이뤄진다.
한국에는 가톨릭 전래의 초기부터 겪은 박해의 결과로 1925년에 기해·병오박해 때 순교자 79위의 시복을 시초로, 1968년에는 병인박해 때의 순교자 24위가 시복됨으로써 최초의 내국인 신부 김대건(안드레아)을 비롯한 103명의 복자·복녀가 탄생했다.
이후 다시 124위의 시복이 추가 된 것이다. 이들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역사적 인물로는 한국 첫 천주교 순교자 윤지충과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종(1760~1801)이 꼽힌다. 두 사람은 외사촌간이기도 하다. 정약종은 한국 최초의 조선천주교 회장을 지냈으며 신유박해 때 형제들이 문초를 받게 되자 스스로 체포돼 순교했으며 한자를 모르는 신도를 위해 우리말로 쓴 교리서 `주교요지(主敎要旨)`를 펴냈다. 경북 출신 순교 3위와 대구 순교 20위 명단은 다음과 같다
△경북 출신 순교 3위
윤봉문(요셉·경주) 김윤덕(아가타 막달레나·상주) 박상근(마티아·문경)
△대구 순교 20위
김종한(안드레아) 김윤덕(아가타 막달레나) 김시우(알렉시오) 최봉한(프란치스코) 서석봉(안드레아) 김희성(프란치스코) 구성열(바르바라) 이시임(안나) 고성대(베드로) 고성운(요셉) 김화춘(야고보) 박경화(바오로) 김세박(암브로시오) 안군심(리카르도) 이재행(안드레아) 박사의(안드레아) 김사건(안드레아) 이양등(베드로) 김종륜(루카) 허인백(야고보)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