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 강신주 지음 민음사 펴냄, 528쪽
저자는 주체적으로 삶을 살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을 분명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정에 혼동이 생기면 삶도 혼동되고 결국에는 자신조차 불신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감정을 짓누르는 무거운 현실과 자기 생으로 맞닥뜨렸던 세계 문학의 거장들의 작품 48편과 함께 `경탄` `야심` `사랑` `욕망``환희` `분노` 등 48개의 감정에 관한 수업을 진행한다.
이 감정은 스피노자가 `에티카` 3부에서 분류한 인간의 48가지 감정이다.
타인의 감정을 살피고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기 위해 각 장마다 그림 보는 시간을 할애했다. 책은 스피노자의 48개의 감정, 48권의 세계 문학의 걸작, 철학자가 들려주는 48개의 어드바이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시각화했던 예술가들의 명화 45개로 이뤄졌다.
17세기 철학자 스피노자와 그의 저서 `에티카`는 철학사에서 많은 논란과 동시에 흠모의 대상이다. 이성 중심의 서양 철학 전통에서 `감정의 철학자`로 불리게 되는 혁명적인 사상가이기 때문이다. 강 박사는 이 스피노자의 감정을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하나하나 세심하게 설명해 준다.
저자는 야심이야말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자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위험한 감정임을 지적한다. “더 위험한 것은, 야심이 커질수록 너무나 다양한 감정들,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감정들이 모조리 고사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야심은 아카시아나무와도 같다. 너무나 생명력이 강하고 뿌리가 깊어서 주변의 다른 나무들을 모조리 파괴하는 아카시아나무 말이다. 그렇지만 아카시아 꽃향기는 어찌나 매혹적인지!” 모파상의 소설 `벨아미`에서 철학자는 `야심`을 신성하고 순수한 욕망이라고 생각하는 사랑의 감정에서도 떨쳐버리기 힘든 욕망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출발점은 스피노자이지만 온전히 `강신주의 감정수업`이다. 평생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며 살기 위해 노력한 철학자이며, 저자 자신이 누구보다도 `감정`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에서는 스피노자의 10번 `헌신`의 감정이 빠지는 대신 31번 `치욕`에 대한 부가 설명으로서 `수치`의 감정을 추가했다. 한 권의 책에 모든 감정을 다 담을 수 없으므로 `헌신`은 사랑의 감정에 따라오는 `경탄`과 유사한 감정이기에 `사랑`과 관련된 감정들 부분에서 함께 논의될 수 있는 반면, `수치`의 감정은 `치욕`의 감정과 비교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 소개되는 감정을 문학의 예를 통해 구체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우리의 사고력을 키우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나 저자가 보여 주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감정 실험실에서 각각 하나의 감정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연구를 끝낸 후에 독자는 그 경험을 통해 새롭게 내 안에 들어오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데 하나의 사고 틀을 얻게 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