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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너머 확대되는 죽음 세계…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3-10-25 02:01 게재일 2013-10-2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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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별`  김영산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5쪽
지난 1990년 계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한 이래 무한한 상상력으로 도발적인 시적 실험을 계속해온 시인 김영산의 여섯번째 시집 `하얀 별`(문학과지성사)이 출간됐다.

백색왜성을 뜻하는 `하얀 별`이라는 제목처럼 남김없이 불타 이제는 무덤이 된 별, 폐허가 된 세계를 위한 깊은 애도가 시편들마다 담겨 있다.

이 시집은 `詩魔-십우도` 연작 10편과 `詩魔-제7계`로 총 11편의 시가 묶였다. `시인의 말`에서 언급되었듯 이 시들은 장시가 아닌 `시설(詩說)`이라는 종래에 없던 형식으로 씌어졌고, 이는 “시와 소설 혹은 시와 산문의 경계를 넘어 시가 가지는 가락과 모든 산문의 이야기를 녹여내는” “시의 장편소설”이자 “시의 대하소설”이다. 낱낱이 독립적이지만 모두 하나로 이어지는 이 시들은 고향과 지구, 우주를 넘어서며 점층적으로 확대되는 기묘한 죽음의 세계를 그려 보인다.

이 시집은 하나의 극단적인 선언에서 시작된다. 지구는 장례 중이고, 별은 무덤이고, 산 자는 송장이고, 생가는 폐가며, 집은 상여고, 여행은 자폐다. 이 시집의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정과리는 독자들에게 김영산이 제시하는 `죽음`의 상황을 대면하여 “이게 오늘의 현실인가?”라고 물을 게 아니라, “현실이 이와 같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것을 치러낼 수 있을 것인가?”를 우선 묻고, 그 뒤에 이 독서 경험을 통해 “저 가정된 상황을 얼마간 포함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인식하고 변화시키는 데 어떻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죽음의 상황에 대한 경험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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