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고추·콩 등 마르고 저수율도 크게 떨어져<BR>차량 내비게이션 등 전자기기 오작동 사고도
지난달부터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비는 내리지 않아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낮 최고 기온 37.2℃를 기록한 13일 오후 3시 포항시 남구 동해면 상정리의 상정제강 인근 도로변.
도로 위에 아스팔트는 폭염을 견디지 못해 엿가락처럼 녹아내려 마치 기름이 도로 위에 흘러 있는 듯했다. 걸을 때마다 신발 자국이 도로에 선명하게 남는 등 신발을 신었음에도 발바닥이 뜨거워 오래 서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한국도로공사 경북지역본부와 포항시 도로과에 따르면 고속도로와 국도의 아스팔트는 지열을 약 70℃ 가까이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종일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낸 아스팔트의 지열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올라갔던 것.
잇따른 폭염과 마른 장마로 인한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포항시 남구 동해면 상정리의 한 메밀밭은 한창 푸르러야 할 잎과 줄기가 누렇게 시든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같은 사정은 고추밭도 마찬가지. 잎뿐만 아니라 줄기까지 바싹 말라버린 고추밭에는 줄기에 매달린 고추보다 바닥에 떨어진 고추가 더 많아 보였다. 이 밖에도 들깨와 파는 성장을 멈췄고, 호박잎도 누렇게 타버렸다. 콩밭에도 열매 없이 잎만 무성했다.
출수기에 접어든 벼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이따금 소나기성 비가 내리긴 했지만 쩍쩍 갈라진 논에 해갈을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포항시 서석영 농업상담소장은 “현재 물이 차 있는 들판은 괜찮지만 물이 차있지 않은 일부 천수답이 쩍쩍 갈라져 있는 등 벼 생육이 늦어지고 있다”며 “지금은 벼 생육에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가뭄이 심해 물을 충분히 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수지의 수위도 가뭄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포항지역 58개 농업용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현재 70%로 비가 많지 않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정도 낮다. 특히 남구지역은 60%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실제로 포항의 6, 7월 강수량은 220mm로 평년의 70%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이달에는 고작 17mm의 비가 내린 것이 전부다.
연이은 폭염에 차량 내부의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등의 전자기기마저 고장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여름철 한낮의 실내 온도는 외부 온도에 비해 2~3배까지 상승한다. 이런 가운데 많은 운전자들이 핸드폰과 내비게이션 등을 차량 안에 그대로 방치하는데 고온에 변형된 전자기기는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고장 날 확률이 높으며, 배터리가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최병우(32·포항시 남구 송도동)씨는 아침 일찍 출근해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았다 내비게이션이 작동하지 않아 수리비를 날려야 했다.
최씨는 “하루 종일 차량이 방치돼 있었기 때문인지 퇴근할 때 내비게이션을 켰지만 작동되지 않았다”며 “창문을 열어뒀는데도 불구하고 내비게이션이 고장 나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처럼 차량 내 전자기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대시보드에 커버를 씌우거나 신문지 등으로 덮어 직사광선을 차단해주면 온도 상승을 막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