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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암환자에 병 상태 알리면 毒 될까, 藥 될까

연합뉴스
등록일 2013-07-26 00:47 게재일 2013-07-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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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통제·희망 유지 등`죽음의 질` 향상 도움<BR>말기환자 3명 중 1명 자신 병 상태 잘 몰라

말기 암환자에게 자신의 병 상태를 정확히 알려주는 게 좋을까 나쁠까.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암환자가 받을 충격을 걱정해 가족이 병세를 감추고 숨기기에 급급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말기상태를 정확하게 아는 게 보다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고, 가족과 조화롭게 지내며, 자신의 뜻대로 의사결정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5일 서울대학교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암 건강증진센터 안은미·신동욱 교수와 국립암센터 연구팀은 2009년 전국 34개 보건복지부 지정 완화의료기관 이용 말기 암환자 345명과 가족을 대상으로 환자가 자신의 말기상태를 아는 게 죽음의 질과 치료계획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했다.

조사대상 환자 중 68.4%(236명)는 입원 당시 자신의 병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나머지 31.6%(109명)는 잘 모르고 있었다.

연구팀은 구체적으로 말기 암환자가 숨지고 나서 18개의 항목(항목별 1~7점)으로 구성된 사망환자의 죽음의 질(Good Death Inventory)을 조사했다. 조사는 사별가족이 각 항목에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자신의 병 상태를 정확히 아는 환자군의 죽음의 질 평균 점수는 5.04점으로 잘 모르는 환자군의 4.8점보다 높았다. 특히 `미래에 대한 통제` (control over the future) 항목과 `희망과 즐거움 유지` (maintaining hope and pleasure) 항목, `병과 죽음 의식하지 않고 지내기` (unawareness of death) 항목 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이들 세 가지 항목에서 자신의 병 상태를 정확히 아는 환자군은 각각 5.18점, 4.55점, 4.41점 등 비교적 높은 점수를 보였지만, 잘 모르는 환자군의 점수는 각각 4.04점, 3.92점, 4.26점 등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말기치료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 간에 이견이 생기는 비율도 자신의 병 상태를 정확히 아는 환자군에서는 25.1%에 그쳤지만, 잘 모르는 환자군에서는 31.5%로 나타났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지만 적어도 환자가 자신의 병 상태를 아는 것이 가족 간 의견 차이를 넓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신동욱 교수는 “말기 암환자가 인생을 편안하게 마무리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기에 환자의 상태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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