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알려주는 건강 Tip<Br>족부마비의 원인과 증상
필자가 외래 진료를 볼 때 한 환자가 방문한 적이 있다. 그분은 외상 경력이 없었으나 수개월 전 좌측 하지의 심한 통증을 느껴 특별한 검사가 없이 통증완화만을 중심으로 여러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후 통증은 완화되었지만 왼쪽 발목 및 발가락의 마비로 인해 슬리퍼를 신고 걸을 때 발목 및 발가락이 배굴(발등 방향으로 굴곡)이 되지 않아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슬리퍼가 발목에서 벗겨지는 현상을 보였다. 다른 환자의 경우에는 한쪽 다리의 심한 통증으로 병원을 찾아 이학적 검사를 통해 본인이 인지하지 못했던 발목과 발가락의 배굴 마비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 경우도 있었고, 또 다른 분은 왼쪽다리의 무릎 아래 전반부에 감각이 둔하고 발목의 배굴 이상을 느꼈으나 통증은 별로 없어 시간이 지나면 호전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방치하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병원에 오는 경우도 있었다.
특별한 외상 없이 편측 족부의 마비 증상을 보일 때는 그 원인으로 비골신경마비, 요추 5번 또는 4번의 신경근 압박, 뇌피질의 이상, 척수병증, 근위축성 축삭경화증과 같은 운동신경병증 초기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비골신경은 피부 가까이 위치하는 비골두 부위의 총비골신경이 압박이나 손상을 받기 쉬운데, 다리를 꼰 채로 장시간 앉아 있거나 무릎 탈구 시, 또는 다리 석고붕대에 의해 신경손상이 발생하여 족부마비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흔히 허리디스크라고 부르는 요추부의 추간판 탈출증으로 인해 파열된 추간판이 요추 4번 또는 요추 5번 신경근을 압박하여 족부마비를 유발할 수 있다.
족부마비가 있을 때는 적극적인 이학적 검사 및 자기공명영상(두부, 척수 및 척추, 골반 등), 혈액검사, 근전도-신경전도 검사 등이 필요하다. 총비골신경의 마비는 종아리 측면과 발등감각의 저하, 족부외번의 약화, 발목관절의 배굴 약화가 관찰되며 요추 4번 또는 요추 5번의 신경근병증에 의한 족부마비는 피부분절(해당 신경과 연결된 피부)의 감각이상 및 방사통(주변 부위로 퍼져나가는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 외 여러 질환에서 족부마비가 올수 있어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편측 족부마비는 신경의 손상에 의한 것으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로써 치료하거나, 신경 압박부위가 명확할 시에는 수술로 신경압박병변을 제거하는 감압수술도 가능하다. 족부마비의 치료가 지연된 경우 신경회복이 매우 힘들 수 있어 앞서 언급했던 증상이 보일시 즉시 병원을 방문하여 전문의와 상담이 꼭 필요하다. 한 예로 요추 4~5번의 추간판 파열로 발목 및 발가락의 마비가 있은 후 수개월이 지나 신경근의 변성이 이미 많이 진행한 상태로서 수술 및 치료를 하더라고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안타까운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족부마비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가능한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다. 마비증상을 느낄 시 곧바로 병원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다리의 통증 및 이상감각이 나타나서 경과관찰 중이거나 의료기관에서 치료 중이라 하더라도 수시로 발목 및 엄지발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여서 힘이 떨어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이상을 느낄 시에는 전문의와 상의하여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또한, 자세 역시 중요하다. 비골신경마비 등의 말초신경손상으로 치료 중인 분들과 상담하면 과음 후 다리를 꼰 채 오래 있거나 수면 시 편한 자세로 자지 못한 경우가 많다. 평소 자주 스트레칭을 하여 장시간 같은 자세로 있는 것을 피하고 과음 시에는 팔다리가 지면 등에 압박받는 부위는 수건 등으로 압박을 적게 해 줘야 할 것이다.
족부의 마비가 관찰될 때에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초기에 적극적으로 검사 및 치료를 시행하여야 신경회복에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음을 유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