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20여 시간의 빡빡한 여행코스가 이번에는 서울에서 있었던 조카 결혼식으로 인해 2박3일로 늘어났다. 일에 쫓기다 보면 포항을 떠나 그날 인천공항을 거쳐 미국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아서 강우나 강풍시 결항률이 100%에 가까운 포항공항 때문에 전날부터 마음을 조여야 하는데 이번엔 전전날 상경하게 되니 이 같은 조바심에서 해방되어 마음이 편하다.
조카 결혼식은 좀 변두리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 근처인 신림동에서 있었는데 필자의 재학시절인 수십 년 전과는 물론, 몇 년 전과도 다를 정도로 번화해지고 큰 건물들도 많아졌다. 지하 7층에 차를 세우고 시간이 남아 1층 커피숍으로 갔는데 포항이나 서울이나 커피가격은 다를 바 없지만 커피 한잔하는데 1시간짜리 주차티켓을 주는 것이다. 얼마 전 포항 양덕동 한 커피숍에 갔다가 지정된 주차장이 없어 누구나처럼 길가에 세웠는데 4만원짜리 티켓을 받은 생각이 났다.
국내외적 불황이라고 해도 서울에는 사람들이 모인다. 랜드마크적이라고 할만한 큰 건물들도 많다. 지방도시는 이러한 면에서 시민들도 시 정부도 사업이 쉽지 않고 살아가기도 쉽지가 않다. 몇 달전 개장한 항동의 푸른수목원에도 다시 들렀다.
이틀 사이에 아침저녁으로 1시간여씩 3차례나 산책을 하며 저수지에 설치된 데크 길, 장미원, 갖가지 이름의 작은 정원들, 그리고 부속건물들을 돌아보았다.
이날 수목원 방문객들은 멀리서 오는 분들보다 인근에 사는 산책객 내지 운동객이 더 많고 젊은층 보다 노년층이 더 많아 보인다. 어쩌면 이분들은 산책로로서의 전원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이지 각각의 식물군에는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별로 볼 것이 없지요?`라고 묻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개장된 3만평의 수목원은 생태공원이다. 갖가지 식물들이 자연스럽게 가꾸어져 자라는 곳이며 어린이를 포함한 시민들의 관찰 및 교육의 장이다. 이곳은 테마공원 같이 놀이기구를 타고 맛난 음식을 먹는 곳이 아니고 등산로나 체육용도만으로 개방된 곳도 아니다. 도시 생태공원으로서의 그 가치가 시민들 사이에 잘 발견되고 이용되어야 할 것이며 담당 부서에서도 이에 대한 계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음날 오후 4시경 인천공항을 가기 위해 형님차를 얻어 타고 광명역 근처를 지나 고속도로를 탔는데 주변의 풍경들이 매우 아름답다. 서울 주변이면서도 녹음이 우거진 구릉들의 연속이다. 물론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면 곧바로 고층의 상가며 주거지일 것이나 과거의 그린벨트와 고속도로 근처 개발제한의 혜택이 이러한 아름다움을 남겨 놓았을 것이다.
차가 인천 외곽을 거쳐 거대한 인천대교를 건넌다. 대단히 길고 거대해서 인상적이기도 하지만 왜 이러한 다리를 바다를 가로지르며 놓아야 했는지에 관한 궁금증은 남아 있다. 이 다리는 직선형이 아니고 거의 ㄱ자 형인데 그 아래 바다에는 모래 준설선들이 몇 척 작업하고 있고 항로를 따라 내해에 들어온 커다란 크루즈선도 보인다.
중간에 큰 배들이 통과할 수 있는 높다란, 그러나 완만한 곡선으로 이어진 아치형 다리가 있고 다른 곳은 바다 가운데 촘촘하게 가설된 다리 기둥들이다. 어쩌면 방파제 보다 이러한 다리 건설이 높은 파도를 잠재우고 교통로로 활용될 수 있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모든 일들에는 긍적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한 사업의 수행을 위한 판단은 그 사회가 내려 줄 수 밖에 없는데 이는 민관학연의 의견들이 수렴되데 중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스펙트럼에서 판단되어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