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을 맞아 우거져가는 신록과 더불어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것은 만발한 꽃들이다. 요즈음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면서 자주 마주치는 것은 담장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장미꽃이다. 정확히는 덩굴장미인데 야생의 찔레꽃도 아니요 화원에서 집중 관리된 대형 장미꽃도 아니다. 하지만 은은한 꽃내음과 함께 찔레꽃의 옛정취와 장미꽃의 화려함을 일깨워 주니 산책길이 즐거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 오뉴월을 수놓는 것이 있으니 이는 하얀 꽃 피는 이팝나무이다. 이 도시로 이주해서 처음으로 이팝나무를 보았을 때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었다. 오뉴월에 온 나무가지와 이파리에 새하얗게 소복히 내려앉은 눈꽃을 보는 감동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었다.
한동안 일에 쫓겨 주변을 잘 돌아보지 않던 어느 날 아파트 출입구에 놓여진 포항시 홍보책자 `열린포항` 한 부를 빼어들다가 겉표지의 하얀 색깔 사진을 보고 순간적으로 착각했었다. 설경이 멋지구나. 하지만 이는 5월에 활짝 꽃 핀 이팝나무의 장관이었다.
이팝나무라는 이름의 연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 추론이 있다. 첫째, 입하(立夏) 무렵에 꽃이 피므로 입하가 이팝으로 변음했다. 둘째, 이 꽃이 만발하면 벼농사가 잘 되어 쌀밥을 먹게 되는 데서 이팝(이밥, 즉 쌀밥)이라 불리게 되었다. 셋째, 꽃이 필 때는 나무가 흰 꽃으로 덮여서 쌀밥을 연상시키므로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팝나무는 높이가 20m에 달하며 수피는 회갈색이다. 가지가 사방으로 퍼지며 꽃은 백색이고 5~6월에 핀다. 이 나무는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에서 자라지만 해안을 따라 인천 앞바다에서 자라기도 한다.
필자가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것은 해당화이다. 어릴 때부터 불러온 노래 가사에 나오기도 해서 익숙한 꽃이었지만 실제로 보게 된 것은 포항에 이사 온 이후이다. 포항 북쪽 끝 바닷가인 화진해수욕장 모래언덕에 해당화군락지가 있다고 했고 필자가 일하는 캠퍼스 한켠에도 누군가 심어놓은 해당화가 있었다.
장미 비슷하기도 하지만 꽃잎이 장미의 화려한 순백 내지 붉음과 달리 수수한 연홍색이라서 사람들 눈에 잘 뜨이지 않는 것이 해당화이다. 하지만 화진의 해당화군락지가 알려지면서 이사람 저사람 뽑아가는 통에 군락지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십여년전인데 지금은 어떠한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캠퍼스의 해당화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도 학생들 통학로 한가운데 줄지어 심어져 있다가 1~2년전 내 사무실 인근 화단에 집단으로 이식되어 있다. 하지만 예전보다 더욱 풍성히 자라나고 꽃을 피우고 있으니 기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해당화군락을 들장미 내지 찔레꽃군락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해당화는 `바다바라기꽃`이라는 별명답게 바닷가 모래언덕에서 자라며 5~8월에 꽃이 핀다. 또한 `온화함`, `원망스러움`, `미인의 잠결` 등 다양한 꽃말을 가지고 예로부터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선비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우리주변에는 다양한 꽃들이 있고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현재 여러 지자체에서 계절별로 다양한 꽃 행사를 개최하고 꽃길도 조성하고 있다. 우리 마을도 계절별로 다양한 토착 꽃나무들을 잘 키워 군락지와 꽃길을 조성하면 좋을 것 같다.
2~3월에는 매화꽃, 4월에는 왕벚꽃, 5~6월에는 하얀 이팝나무, 5~8월에는 연분홍의 해당화 등 이러한 꽃들을 심고 가꾸어 우리 마을을`꽃의 도시`로 만들고 관련 행사들을 개최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 지역에는 이밖에도 토착적인 꽃이며 나무들이 많이 있다. 7~8월 노란 꽃 피는 모감주나무, 여름 내내 피어나는 황금빛 해바라기, 흰색과 자주색의 도라지꽃, 가을에는 야국, 해국, 그리고 겨울을 지나며 동백꽃, 수선화 등 꽃 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