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네분들이 `강남 스타일`로 꾸며진 한 사무실을 구경하자고 해서 같이 가 봤더니 한 실내디자이너가 자기소유 상가건물 2층에 사무실을 멋지게 꾸미고 있었다. 이 지역은 도심과 가깝기는 하지만 주변에 나즈막한 산들이 있고, 이제 막 아파트 개발이 이뤄지는 곳이다.
사무실 크기는 50~60평 돼 보이는데, 바닥은 투명하게 반짝이는 에폭시가 칠해져 있었고, 벽은 나무, 유리, 벽돌들로 다양하게 꾸며져 있었다. 사무공간이나 응접공간은 각기 다른 높이의 바닥을 지닌 유리칸막이 큐브로 구성돼 있었다.
가장 멋지게 보이는 것은 천정에 유리통로를 만들고 물이 흐르게 하는 것이다. 이 물은 천정을 통해 한쪽 벽으로 흘러내려 통에 모여 다시 순환하게 돼 있었다. 이는 멋지기도 하지만 사무실을 시원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건물주가 젊은 나이의 실내디자이너이고, 자기가 직접 시공할 수 있었기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이와 같은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필자가 사는 포항은 인구 50여만의 지방도시로서 수도권이나 대도시들에 비해서 멋진 건물이나 인테리어를 찾아보기 힘든 곳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즈음 신도시 형태의 주거단지들이 들어서면서 간편한 듯 하면서도 멋진 형태의 상가와 오피스들이 건설되고 있는 것 같다.
글로벌 불황 속에서 경제회복이 지역민들의 중요한 과제임을 피할 수 없기에 이러한 멋진 건물들, 예를 들어 공공건물, 교회, 커피숍, 레스토랑 등이 아름다운 빌딩 화사드(건물외측 전경)와 스카이라인을 꾸며내고 있으니 반갑다 아니할 수 없다. 앞으로는 경제가 더욱 좋아져서 포항이 꿈꾸는 대로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 싱가포르의 생태건물인 에딧타워, 혹은 서울의 6·3빌딩 같은 랜드마크적인 건물들도 멋지게 지어지면 좋을 것 같다.
이러한 건물들에 대한 투자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만 지어진 후의 브랜드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클 수도 있다. 물론 큰 투자가 필요하고, 대가들의 디자인이 필요하고, 지역민들의 지역상징물 개발을 위한 협력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그 사무실에서 나와 발길을 옮긴 곳은 골짜기 끝에 있는 작은 호수이다. 필자로서는 20년 가까이 포항에 살면서도 처음 가본 곳으로, 창포사거리에서 산쪽으로 7~8분 정도 느리게 운전해가야 하는 곳이다. 이 호수는 학교 운동장 정도 크기의 저수지인데, 그 앞에 커다랗게 지어진 교회건물과 잘 어울려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교회건물 2층의 전망 좋은 휴게실에서 커피 한잔 하다가 호숫가로 나갔다. 물이 아주 맑은데, 한쪽으로 호수를 가로지르는 목재다리가 놓여 있다. 맑은 물 꽤 깊은 곳에 헤엄치는 자라 한 마리가 보인다. 물고기들은 잘 보이지 않지만 수초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다. 오리 몇 쌍이 물위를 떠다니며 잠박질을 하고 있다.
도심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이곳 골짜기에 이러한 보물 같은 장소가 숨어 있었다. 내가 사는 그리 크지도 않은 도시에, 그것도 도심 지척에 지금까지 가 보지 못한 장소들이 여기저기 숨어있음이 새삼 놀라워 진다. 호숫가에 `오리 잡아 가신 분 자수하세요`라는 플래카드도 재미있다.
평일이라 찾는 사람들은 별로 없지만 화려하게 장식해놓은 테마공원이나 생태공원도 아니지만 소박하면서도 전원같은 경치를 보여주는, 잠시 시간을 잊어 볼 수도 있는`시실리(時失里)`라는 이름을 붙여보고 싶은 곳이다.
가끔은 이곳에 와서 호수를 걸어봐야겠다. 물론 이곳 뿐만이 아니라 구룡포, 보경사, 경북수목원, 그리고 천마지 인근도 좀 더 자주 찾아가 봐야겠다. 제자나 친구들도 함께 초빙해서 스케줄을 짜서 이곳저곳을 다녀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