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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북부해수욕장의 전통누각을 보면서

등록일 2013-05-15 00:11 게재일 2013-05-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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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문 한동대 교수

요즈음 포항 북부해수욕장 해변을 지나다 보면 눈에 뜨이는 것은 새로 지어지고 있는 피어(Pier)이고, 그 끝에 있는 이층짜리 전통누각이다. 이러한 건물은 전국 각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이 북부해수욕장 해변의 누각이 더욱 눈에 뜨이는 것은 바다위에 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인근의 현대식 건물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 규모가 서울에 있는 숭례문이나 광화문보다 분명 작을 것이지만 바다를 배경으로 매우 크게 돋보이고 있다. 얼마전 화마로부터 복원된 숭례문이 주변의 높은 건물들에 둘러싸여 위축돼 보이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포항은 역사가 길지 않은, 새로 형성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기원이야 수 백년 추적될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크기와 성격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70년 이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도시의 이미지도, 건물의 모습들도 현대적인 것 일색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포항시청 건물이 그렇다. 포스코 본사, 해양항만청 신청사, 육거리의 문화예술관, 포스텍의 건물들, 새로 지어질 신포항역사, 양덕동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이 모두 현대식이다. 전통양식의 건물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좀 멀리 읍면 소재지나 깊은 산중에 가야 옛 관청건물이나 사찰들이 드물게나마 눈에 뜨인다.

전통적인 건물들을 예찬하면서 포항 시가지의 현대적인 모습을 비난하려고 하는 게 필자의 의도가 아니다. 다만 공공건물이나 공공적인 요소를 지닌 건물들이 가끔씩이나마 전통적인 스타일로 지어져서 도시를 좀 더 다양성 있게 꾸며 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미 언급했지만 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의 거리에는 숭례문, 광화문, 보신각을 비롯해서 꽤 많은 전통건물들이 현대적인 건축물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다. 전통건물들이 제대로 나타날 수 있을 만큼 주변을 정리하지는 않았을 터이지만 서울에는 전통과 현대가 잘 조화된 경관을 보여주는 곳들이 많다.

이제 포항도 현대적이거나 기능적인 건축물들만 지어낼 것이 아니라 전통양식의 건물들도 지어내서 도시의 이미지와 경관을 다양성 있게 꾸며 보면 좋을 것 같다. 포항이 현대적인 건축물, 북부 해변 피어의 2층 누각과 같은 전통양식의 건축물, 구겐하임미술관 같은 초현대적인 건물들이 공존하며, 다양한 도시미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물론 비용상의 문제가 클 것이지만 무언가 인센티브를 주어서라도 전통양식들을 살려 내야 할 것이다.

포항의 형제도시라고 할 수 있는 경주가`천년의 고도`로서 불국사, 석굴암, 안압지, 에밀레종 등 오랜 역사물들을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면 포항은 이러한 전통양식이거나 이를 현대화 시킨 양식의 건물들이 세워져서 원래 포항을 상징하는 현대적인 건축물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지역적인 이미지를 이루면 좋을 것 같다.

우리 한국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많은 유적들이 불타 사라지고, 그 역사 마저도 주변 강대국들에 의해서 왜곡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남아 있는 문화재들도, 그리고 가끔 지하에서 발견되는 문화재들도 잘 보전해야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좀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더욱 연구하며 잊혀지거나 감추어진 부분들을 밝혀내는 것이다. 건축물의 경우에도 전통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들은 물론이고 전통적인 스타일을 각색한 현대식 건물들도 많이 지어서 우리의 문화를 풍부하게 하고, 도시의 이미지도 다른 나라의 도시들과 차별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 시민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간접적으로나마 교육시키는 동시에 우리의 도시를`관광도시`이자 `글로벌도시`로 바꾸는 효과를 가지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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