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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해변과 피어 이야기

등록일 2013-05-01 00:02 게재일 2013-05-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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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문 한동대 교수

이제는 다 자란 우리 아이들이 가끔씩 옛 추억을 더듬으며 언급하는 곳이 산타모니카 해변이다. 그 당시 우리 식구들은 로스앤젤레스 북부 동네에 살고 있어서, 주말이면 아이들과 10분 거리의 그리피스파크 동물원에 자주 갔었고, 가끔은 1시간 정도 차를 몰아 산타모니카 해변에도 갔었다.

그곳에는 바다로 길게 뻗은 통나무로 지은 거대한 피어(Pier)가 있었고 사시사철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워낙 피어가 크고 사람들도 많다보니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방금 입국한 듯한 일본인들도 보이고, 신혼여행 온 근사한 복장의 유럽인들도 보이곤 했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바다를 구경하며, 롤러코스터나 미니자동차도 타고 낚시질도 한다. 가끔 묘기쇼를 보여주는 이도 있고, 멋지게 기타를 연주하는 이도 있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도 망치로 `개구리 머리 뿅뿅 때리는 게임` 등 재미있던 기억을 떠올리곤 하는데, 그곳에는 어린이들이 부모와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들이 많았다. 때에 따라서는 피어 밖으로 나가 해변을 걷기도 했다. 아이들은 모래에 자국도 남기고, 파도도 피하고, 커다란 물새들을 쫓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그 외에도 아이들과 가본 피어들이 몇 개 더 있다. 고등어 낚시가 잘되며, 망치로 껍질을 깨가며 왕게찜을 먹을 수 있는 레돈도비치 피어. 샌프란시스코의 아름다움과 함께 수 많은 바다사자들이 햇빛을 쏘이는 피어39. 서핑의 천국이라는 헌팅턴비치 피어, 낚시꾼들의 사랑을 받는 뉴포트비치 피어 등.

이러한 피어가 포항에도 지어지고 있다. 산타모니카 피어 등에 비해서 규모는 작지만 그 누각이 한국건축의 멋을 살려 매우 아름답게 지어지고 있다. 한동안 운전을 해가며 공사 중인 구조물을 잠깐씩 쳐다보기는 했지만, 직접 차에서 내려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피어가 있는 북부해수욕장은 포항의 도심해변이다. 지난 20년 사이 이 해변은 매우 아름답고 다양하게 변모돼 포항의 큰 자랑거리가 되었다. 커피숍, 각종 음식점과 주점, 그리고 호텔들이 큰 건물군을 형성하며 들어서 있다. 백사장도 매우 넓은데, 도로가에는 각종 조각물과 스트릿퍼니처가 있고 해송이 줄지어 심어져 있다.

포항사람들은 물론이고 대구 등 다른 지역사람들도 아름답고 색다른 바다의 정취를 맛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바닷바람도 쐬고, 조개구이도 먹고, 싱싱한 물회를 먹기 위해서이다. 이제는 이 멋진 피어를 보기 위해 친구들과 혹은 식구들과 이곳을 찾을 것이다.

이곳에서 한여름에는 큰 규모의 불빛축제를 비롯해서 다양한 행사들이 열린다. 피어 주변이 차 없는 공간으로 바뀌게 되므로, 이곳에서 해변음악회, 조각전시회 등 색다른 행사들이 좀 더 자주 열리면 좋겠다. 수상스키, 요트대회 등 해양스포츠도 활성화되고, 예전에 계획하다 말았던 세계열기구대회도 열렸으면 좋겠다.

이곳에서는 넓은 영일만과 아름다운 포스코의 야경이 내다보인다. 한쪽은 울릉도행 썬 플라워호의 선착장이고, 건설 중인 포항운하로 연결되는 길목이다. 인근에 수목 우거진 넓은 해맞이공원과 시립미술관이 있고, 요트정박장을 포함한 마리나시설들이 건설될 것이므로, 이곳은 앞으로 더욱 많은 이들이 찾는 해변으로 변모될 것이다.

이제 이곳의 명칭이`영일대해수욕장`으로 바뀐다고 한다. 이 바뀐 이름과 피어의 건설을 계기로 이곳이 국내외적인 명성을 얻는 해수욕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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