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가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안전이 확보되는 범위 내에서 수직 및 수평증축을 포함한 리모델링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동안 일부 지역에서 수직증축 요구가 있어왔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허가되지 않았었다.
지금까지 우리 한국에서는 아파트의 리모델링이 크게 유행되지 않았다. 대부분 재건축, 즉 모두 헐어버리고 다시 새건물을 건축하는 방식이 주종을 이루어왔으며, 이러한 방식은 국제적으로도 `Demolition and High-Rise Approach`로 알려져 있다.
이제 한국 대도시의 주요 지역들은 이미 고층아파트로 채워져 있기에 큰 규모의 아파트단지를 건축할 기회는 더 이상 흔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물리적으로 별문제가 없는 건물들을 허물고 다시 짓는 자원낭비에 대한 반성이 예전과 다르게 크게 일고 있다.
철근 콘크리트 건물은 내부의 철근이 부식되는 것을 기준으로 보통 100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며, 유지보수에 따라 더욱 길게 사용할 수 있는데, 15년이나 20년만에 헐고 다시 짓는다는 것은 심각한 자원낭비가 맞다. 또한 고층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을 위한 경제성 확보도 쉽지 않기에 앞으로는 아파트의 리모델링이 중요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아파트의 경우 어떻게 유지보수하느냐에 따라 주거의 질이 크게 차이가 난다. 아파트를 리모델링 할 경우 부엌, 화장실, 냉난방 시설이 새로운 설비로 바꾸어져야 할 것이며, 소득의 증가, 가족의 증가 내지 라이프사이클(Life Cycle)의 변화에 따라 방의 수나 면적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건축가이자 1960~70년대 MIT교수였던 하브라켄은 `융통형공동주택`내지 `Open Housing`의 기반이 되는 `SAR Theory`를 창안했다. 그는 집합건물을 각 유닛별로 고정(Support)과 변동(Infill)으로 나누고, 고정부분은 고칠 수 없거나 자주 고치지 않는 부분, 변동부분은 자주 고칠 수 있는 부분으로 만들어서, 필요에 따라 손쉽게 평면을 고치고, 설비를 바꾸고, 두 유닛을 하나로 합하고, 바닥면적도 늘릴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말은 건축시부터 십여년 또는 몇 십년후의 변형 내지 리모델링의 용이성을 위해 미리 건축구조와 평면구조를 일정한 룰(Rule)에 따라 디자인하고 건축한다는 말이다. 이를 우리 한국에서는 적용했다는 말을 들은 적 없지만, 홍콩 등에서는 1970년대부터 적용한 사례가 많다고 들었다.
현재 우리 정부의 리모델링안에 대해서 수직증축과 관련해 많은 이들이 구조 안정성 확보 문제를 염려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작업의 용이성 및 사업성의 확보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법에서는 기존 가구수의 10% 범위내 가구수 증가, 85㎡ 미만 주택 가구당 전용면적 40% 범위내 면적증가를 허용하고 있다”면서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가구수와 면적을 더 늘릴지에 대한 검토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아파트들은 장래의 리모델링을 감안하지 않고 건설되었기에 리모델링 비용이 높아 대부분 사업성 확보에 문제가 클 것이며, 변화된 높이와 용적으로 인해 인동간격, 주변과의 마찰 등도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리모델링이 자원 활용 면에서 바람직하기도하고 이미 요구가 구체화되고도 있기에, 이번 정부의 정책은 구조적 안전성 및 주변과의 조화성 확보를 위한 지침이 잘 보강만 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아진다. 또한 중요한 것은 앞으로 지어지는 집합주거들이 장차 경제성 있는 리모델링이 가능하도록 지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방안으로서 하브라켄의 SAR Theory의 적용이 필요하고, 건축구조 자체가 벽식구조 보다는 골조방식을 택하게 하는 등 검토되어야 할 사항들이 꽤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