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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깜짝 놀랄만한 문화콘텐츠 지녀”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3-04-03 00:28 게재일 2013-04-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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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무대 오르는 포항시립연극단 `세자매` 연출 이윤택 씨<br>연오랑세오녀 설화 등 한일역사 희곡으로 써볼 생각<br>포항 바다국제연극제 더 짜임새 있게 성장시켜야

“21세기 도전과제를 헤쳐 나가려면 지금까지의 하드웨어 중심의 문화정책이 콘텐츠 중심의 문화정책으로의 변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포항 구룡포를 둘러 보았는데 이곳이야 말로 깜짝놀랄만한 문화 콘텐츠를 가진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0여년 전 일본인이 살았던 모습을 재현한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와 구룡의 전설, 연오랑세오녀 설화 등 근대에서 고대신화에까지 이어지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희곡으로 써 볼 생각 입니다”

포항 구룡포가 한국과 우리 근대를 대표할만한 문화 콘텐츠를 간직하고 있다며 이를 문화 자원으로 개발해서 포항의 문화와 역사적 정체성을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는 문화 전문가의 진단이 나왔다.

2일 포항시립중앙아트홀 공연장에서 만난 이윤택(61·사진) 밀양연극촌 예술감독의 말에는 30여년 연극에 삶을 바친 예술가의 신념이 베어 있었다. 그는 3일부터 14일까지 포항시립연극단의 제162회 정기공연 작품인 안톤 체호프의 `세 자매`를 연출하기 위해 포항에 왔다.

`세 자매`는 그가 동국대 교수 시절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밌는 체호프 작품이 나왔다”는 호평속에 공연했던 작품. 지난 2008년 서울에서 성황리에 공연한 뒤 지방에서는 처음으로 이번에 선보인다.

“포항 공연의 목표는 관객들이 기대했던 만큼의 연극 품위와 감동을 전해 주며 연극이 볼만한 것이라는 좋은 평가가 나오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 이기 때문에 삶에 대해 새로 알게 되고 남편과 아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는 계기도 될 겁니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연극인의 사명감으로 말하는 이씨는 향후 새로운 시도에 대한 가능성에 문을 열어 놓는 말도 덧붙였다.

“오늘날과 같은 개인주의 시대에 사람들은 고립되고 소외감을 느끼면서 외로워 합니다. 21세기에 요구되는 새로운 휴머니즘은 이 불안하고 불안정한 삶 속에서 진정한 풍요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예술과 인문 정신이 필요한 것이겠죠. 특히 예술은 당장 눈앞의 문제 해결에만 급급해하지 않고, 장기적인 사고를 하도록 합니다. ”

`세 자매`연출로 포항과 처음 인연을 맺었지만 낯설지 않고 친근하다는 그는 밀양연극촌을 13년 공들여 세계적인 연극 공간으로 자리매김 시킨 것처럼 포항바다국제연극제를 포함한 포항의 예술의 위치와 역할, 기대도 풀어놓았다.

“포항바다국제연극제는 시와 보다 많은 연극인들이 참여해 좀더 짜임새 있는 연극제로 성장 시켜야 합니다. 올해 연극제 개막작은 연희단거리패의 `한여름 밤의 꿈`도 선을 보이고 프랑스 유명 극단을 초청하는 일도 밀양연극촌과 함께 의논해 바다국제연극제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객들이 연극을 통해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위안을 찾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화 게릴라로 불리는 이윤택은 시나리오·TV 드라마·신문 칼럼을 쓰고, 무용·이벤트 연출도 겸하며 90년대 한국 실험연극의 기수로 연극계에 첫 발을 내디딘 뒤 연극 `원전유서`로 동아연극상 대상,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을 받은 우리나라 최고 연출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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