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국의 주요 역사물이자 서울시의 랜드마크(Landmark)였던 숭례문이 안타깝게 불타고, 이제 그 복원노력이 완성되는 시점에 와 있다. 새로이 모습을 나타내게 되면 주변의 현대적인 건물들과 파격적이면서도 잘 조화를 이뤄 도시의 이미지를 한층 높여 줄 것이다. 숭례문을 중심으로 한 주변도심의 조화로움을 위해서 서울시는 앞으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강변을 지나다 보면 몇 십년 전부터 금빛 찬란하게 주변을 밝혀주는 것은 다름 아닌 63빌딩이다. 1985년에 지어져 수 십년 동안 국내 최고높이의 건물이었음도 그러하지만 그 자태가 주변을 빛나게 한다. 서울시에는 그 이외에도 수 많은 랜드마크들이 있다. 광화문, 동대문, N서울타워, 서울시청, 서울역 등 오랜 역사와 차별화된 모습으로 주변을 빛내고 있다.
외국으로 눈을 돌리면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랜드마크들이 많다. 파리의 에펠탑,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영국의 타워 브리지,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 로스앤젤레스의 시청건물과 할리우드 간판, 일본의 동경타워, 중국의 천안문 등. 장소성, 역사성, 그리고 상징성을 보이는 랜드마크가 이러한 거대한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의 골목골목에서 발견되는 지역과 장소를 특징지어 주는 것들이 있다. 이는 빌딩일수도 있고, 조형물일 수도 있고, 광고용 구조물일 수도 있다.
필자가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할 때, 찾아가는 주소를 묻고 설명 할 때면 맥도날드의 노란색 M자 조형물이나 윈첼 도너스의 커다란 타이어 모양의 도너스 조형물을 예로 들곤 했었다. “그 교차로에서 왼쪽을 보면 맥도날드 싸인이 보이지?” “그 바로 옆 옆이야.” 점심시간에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의 리틀도쿄에서 친구들을 만날 때는 “거기 높다란 목조탑이 있지?” “그 옆이 이찌방 레스토랑인데, 거기서 만나자.” USC대학 교내에서 누군가를 만나려면“중앙광장에 그리스병사 동상이`트로잔`인데, 그 앞에서 만나자” 이러한 것들도 이정표 역할을 하면서도 장소를 특징지어주는 랜드마크들이라고 보면 된다.
포항에 오래 살면서 이제는 곳곳을 상세히 알지만 처음 몇 년간은 장소 찾기에 애를 먹었다. 포항에는 오거리, 육거리, 죽도시장 등 지명으로 존재하는 장소 이외에 눈에 띄는 랜드마크가 없는 편이다. 북부해수욕장을 거쳐 해맞이공원 쪽으로 차를 몰아가거나 걷더라도 아름다운 바다풍경과 건너편 포스코의 공장 구조물 이외에는 크게 눈에 뜨이는 것이 없다. 포스코의 야경이 또 하나의 도시미가 되고는 있지만 이 해변가 어딘가에 서울 한강변의 63빌딩이나 후쿠오카 모모찌 해변의 후쿠오카타워 같은 랜드마크적인 건물이 세워지면 좋을 것 같다.
바닷가를 드라이브하거나 걸으면서도 장차 크루즈를 타고 포항에 입항하면서도 이러한 랜드마크가 보여진다면 포항의 이미지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를 보러 많은 이들이 찾을 것이며, 이를 브랜드화한 상품들이 인기를 얻을 것이다.
작은 크기의 조각품들로 장소와 지역을 빛내는 경우도 있다. 덴마크의 인어공주상, 벨기에의 오줌싸게 동상 등이다. 포항의 경우에도 이러한 스토리 있는 조각품들을 동빈내항, 북부해수욕장, 송도해수욕장, 육거리, 오거리, 환호해맞이공원 등에 설치한다면 좋을 것이다. 이러한 랜드마크적인 구조물이나 조형물들은 오랜 역사와 발전 비전 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도 하지만 소소한 아름다움이나 스토리를 입혀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의 얽혀진 전설이나 새로운 스토리들이 입혀질 때 이러한 상징물들은 생명력을 가질 것이다. 또한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그러한 것처럼 저명한 건축가나 조각가의 작품 초빙만으로도 지역에 새로운 생명력이 입혀질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