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알려주는 건강 Tip `군신좌사`(君臣佐使), 방제학의 원칙
1 더하기 1은 3.
이는 수학에서는 틀린 계산이다. 그런데 이것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한약처방의 경우이다. 한약은 한두 가지 약재로 처방되었다가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다수의 약물을 배합하여 하나의 처방을 구성하게 되었다. 한약을 복합 처방하는 이유가 있을까?
한약재 일품(一品)만으로도 효능은 참 다양하다. 요즘 건강식품으로 가장 유명한 인삼의 경우를 보겠다. 원기를 보하는 효능, 소화기의 기운을 더하는 효능, 진액을 보하는 효능, 정신을 안정시키고 머리를 맑게 하는 효능 등이다. 만병통치 같지만 한 가지 약재만으로는 럭비공처럼 어디로 튀어 오를지 예측하기 힘들다. 그래서 어떤 이에게는 좋은 효과를 어떤 이에게는 부작용을 나타낸다. 한마디로 정교함이 없다. 보약을 먹는다는 기분은 좋을 수 있으나 몸에 이로울지 미지수다.
하지만 인삼에 황기를 가할때 비로소 기운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뚜렷해지고 인삼에 백출을 가해야 소화기운을 돕는 작용이 강해진다. 한약을 복합 처방해야 약효의 방향성이 생기고 효능이 상승한다. 또 중요한 것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허약할때 사용하는 인삼이라 단품으로는 실증에는 적합하지 않아 부작용이 생긴다. 예를 들면 답답해지고 머리가 아프고 숙면을 못 취할 수 있다. 몸에 열이 오르고 발진이 생길수도 있다. 산모의 경우 유즙이 감소한다. 혹자는 홍삼은 인삼의 열을 뺀 것이라 괜찮다 하지만 체질에 맞지 않는데 장복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그래서 한약의 처방 원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군신좌사(君臣佐使)의 원칙이 적용된다. 여기서 군은 군약(君藥)을 뜻하는 것으로, 하나의 처방에서 가장 주된 작용을 한다. 신약(臣藥)은 주된 작용 약물인 군약의 효력을 보조해주고 강화시키는 약물이다. 좌약(佐藥)은 군약이 유독(有毒)한 경우 그 독성을 완화해줄 때, 혹은 주된 증상에 수반되는 증상들을 해소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약이다. 이때 유독함은 한열허실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것을 말한다. 사약(使藥)은 처방의 작용 부위를 질병 부위로 인도하는 작용과 여러 약들을 중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을 한의학에서 방제학이라 한다.
한약 처방 중 간단한 소시호탕의 구성에 이것을 적용해 보겠다.
시호(柴胡)는 약기운을 잘 소통시키는 주된 약이다. 반하(半夏), 황금(黃芩)은 소통에 방해되는 담(痰)을 제거하고 저항으로 인한 열을 식혀주는 보조역할을 한다. 인삼(人蔘)은 공격적인 약물로 기력이 떨어질 것을 줄이기 위한 좌약이며 감초는 여러 약들이 잘 어우러지도록 돕는다. 요즘 아무 진단도 없이 산수유, 인삼 등 단일 한약재를 구입하거나 임의 처방해 차처럼 장기복용하는 용감한 사람들을 자주 본다. 모든 약은 동전의 양면처럼 효능과 부작용이 있다. 한약도 그러하다. 다만 한약의 오남용으로 인한 한열허실(寒熱虛實)의 변화는 어느 정도 악화돼야만 비로소 증상으로 드러날 뿐이다.
한열허실의 불균형과 부조화로 몸이 힘들어도 양의학적 진단으로는 나타나지 않아 초기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변화를 쉽게 감지하는데 능숙한 한의사의 진단 하에 처방을 받는 것이 현명한 의료 소비자의 소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물며 사람의 병을 치료하고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약물을 선정, 처방을 구성함도 군신좌사(君臣佐使)의 원칙을 지켜한다. 이 사회와 국가의 병을 치료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더욱 발전시키고 행복한 공동체로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는 큰 정치를 하시는 분들에게도 이 원리는 마찬가지다.
사람을 씀에 있어 군신(君臣)과 좌사(佐使)를 제대로 갖춘 인사의 묘를 살리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