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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대비책

구자문 기자
등록일 2013-03-20 00:05 게재일 2013-03-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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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문 한동대 교수

요즈음 전국적으로 산불이 크게 발생하고 있다. 포항에서도 지난 9일 오후 도심 가까운 주택가 산등성이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근 숲으로 빠르게 번져 많은 산림과 인근 주택들을 태우고 도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도 불씨가 날아들었다. 이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대피하고, 수 천명의 소방관, 공무원, 그리고 군인들이 진화작업에 진땀을 흘렸다.

다음날 정오쯤 잘 아는 기자에게 다른 일로 연락하는 차에 물어봤더니 산불은 밤새 계속되다 아침 8-9시경 잡혔는데, 다친 분들이 많아 병원에 취재차 가 있다고 했다. 포항시에서도 산불원인 규명과 함께 복구작업에 매진하고 있고, 시민 및 각급단체들의 온정의 손길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산불은 갈수기인 봄철에 자주 발생한다. 필자가 거주하던 캘리포니아에서도 갈수기에 큰 산불이 자주 발생해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는데, 그 규모가 커서 많은 소방관과 온갖 장비가 동원돼도 몇 주가 지나도록 진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산불은 바람을 따라 잠깐 사이에 수㎞까지 옮겨 붙곤 한다. 때로는 강이나 고속도로 등 수백m를 뛰어넘어 불씨를 옮기기도 한다. 그리하여 수백만평의 산림이 타버리고, 그곳을 무대 삼던 곤충과 동물들이 사라지고 주변의 주택들도 타버리게 된다.

18년전 포항에 이사 왔을 때 주변에 민둥산들이 많아서 이상하게 느꼈었는데, 그게 산불의 흔적이었다. 이곳은 강수량이 적지는 않지만 계절편차가 심하고 토질도 척박한 이암층이라서 불에 잘 타는 소나무들만 자라고 있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필자가 살던 동네는 앤젤리노산맥 아래의 꽤 높은 지대였는데, 오래된 신문을 보니 1950년대에 큰 홍수가 나서 많은 집들이 파괴되고, 많은 이들이 죽었다고 했다. 그 이유를 보니 가을에 큰 산불이 나서 그 타다만 나무조각이며 재들이 산과 골짜기에 그냥 쌓여 있었는데, 그해 겨울에 큰 비가 내렸고, 골짜기는 곧바로 그 조각들로 메워져 버려 우수와 함께 큰 범람을 일으킨 것이었다.

이러한 위험은 우리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큰 산불이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그 회복에 수십년이 걸리니 문제이기도 하지만, 곧 이어진 장마기에 산사태며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도 대비해야 할 문제이다.

로스앤젤레스 시청에서도 이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한다. 산불발생 감시요원 및 감시장비를 크게 보강하고, 불이 나면 산불진화요원들이 즉각 출동해 초기진화에 애를 쓴다. 헬기나 항공기를 동원해 물과 화학약품을 대량 살포하지만 진화가 쉽지 않다. 산불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 미국에서는 건축허가시 집 주변을 불에 잘 타지 않는 수목들로 조경하도록 하고, 소방도로 및 소방수정 배치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화재나 지진 등 재난시 대피요령을 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주지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은행나무, 아왜나무, 사철나무, 동백나무, 참죽나무, 떡갈나무, 단풍나무 등 방화수목으로 알려진 나무들이 많이 있고, 사찰 등에서 오래전부터 주변에 심어 왔다. 반면에 소나무, 잣나무, 아카시아, 그리고 요즈음 정원수로 많이 심는 자작나무 등은 산불에 매우 취약하다.

산불은 부주의하게 화기를 다루거나 쓰레기를 태우거나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려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요즈음 많은 시민들이 등산을 즐기며 정부에서도 등산로 확보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이로 인해 자연생태계 파괴와 함께 산불발생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산불예방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좀 더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며, 정부차원에서도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들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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