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발코니 정원에서

등록일 2013-02-06 00:02 게재일 2013-02-06 19면
스크랩버튼
▲ 구자문 한동대교수

아파트 발코니에 화초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새 아파트로 이사 온 3년전부터이다. 그전에도 화분 몇 개씩은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같이 40여개에 이르는 경우는 없었다.

거실에 앉아 있어도 발코니의 식물들에 자주 눈이 가고, 아침저녁으로 물도 주고, 마른 잎도 정리하며 느끼는 즐거움이 크다.

아파트가 중간층이고 더구나 단지의 중앙에 위치해서 창밖전망은 거의 없다. 최상층이라면 산과 바다가 보일 것이고, 2~3층에 산다면 창밖의 큰 키 소나무를 비롯한 조경수들이 보일 것인데, 여기서는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풍경뿐이다. 다행히 발코니는 넓고, 햇빛이 잘 들어와 식물들의 생육에는 지장이 없다.

우리 집의 화분들은 산세베리아, 동양난, 고무나무, 아이비, 호야 등 대부분 조그만 화초며 나무들이다. 그중 많은 것들이 내가 직접 싹 틔운 것들이다.

우선 길고 널찍하게 잎을 피우는 두 그루 야자나무는 아직 키가 40㎝에 불과하지만, 직접 채취한 씨를 싹 틔운 것이다. 벵갈고무나무는 어린 제자들이 가져온 아주 작은 화분에 있던 것을 몇 년 키워 60㎝로 자라났다.

우리 집에서 가장 키가 큰 것은 150㎝가 넘어 보이는 검정 대나무이다. 몇 년전 사무실 인근에 멋대로 자라던 것을 한 뿌리 옮겨 놓은 것인데, 잘 자라진 않아도 사철 푸른 잎에 검정 줄기가 우리 집의 운치를 제법 살려 주고 있다.

요즈음에는 얼마 전 물 담가 놓은 커다란 `아보카도씨`가 언제쯤 싹이 틀지 기다리고 있다. 아열대 대형식물이지만 온실에서나마 아보카도가 주렁주렁 열리기를 기대해 보면서...

몇 년내 여유가 생긴다면 정원 넓은 시골집 하나 구해서, 뒷마당엔 대나무, 앞마당엔 감나무, 석류나무, 동백나무, 오동나무 등을 심고 싶다. 거실과 연결된 조그만 온실에서 갖가지 열대식물들도 키워보고 싶다.

필자의 선친께서도 바쁜 직장생활 틈틈이 화초를 키우셨는데, 그중 기억나는 것은 흰꽃 붉은 꽃 피는 커다란 선인장, 조그만 화분에서 주먹 크기의 열매를 맺던 레몬나무, 30㎝ 높이로 나지막하지만 두꺼운 껍질을 지닌 분재 소나무 등이다. 지금은 친척분이 지켜주는 그 시골집에는 만발한 백일홍, 거대한 무화과나무, 온 집안을 두르듯 자라나는 키위나무만이 그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학생들과 자주 찾는 몽골의 울란바타르에서도 가장 아쉬운 풍경 중 하나가 나무 없는 삭막함이었다. 왜 도심이며 정원에 나무를 심지 않을까? 사막기후에 추위까지 겹치니 쉽지는 않겠지만, 전나무, 자작나무 등 그 기후에 맞는 나무들을 식재하면 도심의 모습도 공기의 질도 훨씬 좋아질 것인데….

우리나라는 겨울추위가 매섭다 해도 나무들 생육에 큰 지장은 없다. 산에는 소나무들이 가득 자라고, 도심에도, 아파트 단지에도 갖가지 나무들이 숲을 이룬다.

매일 잔디나 정원수에 물을 뿌려야 하는 `캘리포니아`나, 유프라테스 강물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여 `공중정원(Hanging Garden)`을 조성했던 고대국가 `바빌로니아`의 사막기후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좋은 곳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소한과 대한이 지나고 입춘도 지났으니 봄이 멀지 않았다. 특별히 추웠던 이 겨울이 어서 지나고, 따뜻한 새봄이 왔으면 좋겠다. 새봄 따라 움츠러든 우리 집 화초들도 활짝 피어나고, 어려운 지역경제도 활짝 피어났으면 좋겠다.

구자문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